고령시대의 효자 온천
고령시대의 효자 온천
  • 경남일보
  • 승인 201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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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필자가 유학하러 독일에 갔을 때 제일 먼저 인상적으로 마주쳤던 것은 온천문화였다. 터를 잡았던 슈투트가르트만 해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 및 공업도시였는데, 고대 로마시대부터 발달한 온천이 도시 한가운데 한가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1970년대 초에 주 5일제의 웰빙시대에 접어든 독일에서는 주말 혹은 평일에도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 대중화되어 있었다. 심지어 인근의 바덴바덴이나 자연휴양림 속의 유명 온천지로 미니 휴가를 가는 것도 일상 중의 하나였다. 산업화를 위해 오로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는 여가와 완전한 복지 그리고 건강을 추구하는 천국 같은 세계를 맛보고 당황스러운 즐거움을 느꼈다. 학생으로 공부하러 와서 비록 가난하게 지냈지만 해외여행 자율화가 없던 시절에 이러한 세상에 와서 산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으로 여겨졌다.

전에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과거 선망의 대상이었던 우리나라 온천의 대부분은 시설의 노후화와 찜질방 및 사우나 등 대체시설의 등장으로 버릴 수도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이 때문에 이러한 온천을 치유하려는 구상과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작년에 부곡에서 개최되었던 대한민국 온천대축제는 최근에 대전의 유성에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에도 낙후된 온천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행사 개최지인 유성온천이 새롭게 추구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의료시설과의 연계이다. 다른 양질의 온천처럼 유성도 알칼리성의 고온 열천으로 특히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부분의 온천과는 달리 도시 외곽이 아닌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점을 이용하여 기존 도심 의료시설과의 연계를 통한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즉 온천을 단순한 레저나 건강 목욕시설로 보는 것을 넘어 치유와 치료의 개념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온천은 고령화시대를 대비한 주요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시대의 복지는 향후 우리 사회가 직면할 가장 큰 문제이며, 이미 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눈덩이 같은 비용증대를 가져다 줄 의료복지는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사실 지금만 해도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조금만 몸이 안 좋거나 불편하다고 여겨지면 사흘 건너 병원을 찾아간다. 이는 고령자들에게 마땅한 대체의학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막대한 의료비용 부담이 초래할 경제파탄은 강 건너 불 보듯이 뻔하다.

온천은 예방 및 대체의학 수단으로써 고령자들의 심신을 달래고 치유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가 있다. 이는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할 의료 복지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온천산업 활성화와 재기를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고령사회 구성원의 구미에 알맞은 멀티플렉스형의 개발구상이라 할 수 있다. 즉 이는 온천을 종전에 개별적인 관광 및 의료상품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뛰어넘어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특성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온천을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방문지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렇지 않고서는 좋은 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찜질방이나 사우나 등의 고급 건강목욕시설이 즐비한 도심지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는 단순 온천을 찾을 리가 만무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온천을 명승지 등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연결한 팩케이지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역의 천혜자연 및 휴양자원과도 연계해야 한다. 이외에도 특산물 또는 한방 등 지역산업의 특성화를 연결한 온천지의 브랜드화 추진도 그 주된 전략 중 하나이다. 그리고 온천과 주변의 자원을 이어주는 보행, 자전거, 차량, 대중교통 등의 인프라 개발은 필수적이다.

우리 경상남도만 해도 온천지 주변에는 수많은 문화재와 볼거리 그리고 천혜 자연자원들이 널려 있다. 이를 연계한 온천보양 및 휴양사업 등은 선진화된 고령사회에서 우리를 살찌게 하는 효자역할을 할 것이다.

최만진·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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