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벌써 6월이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새해를 맞아 여행, 운동, 어학공부, 책읽기 등 자기만의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달성에 한껏 들떠 있었던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짐은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후회와 낙담만을 남기는 일도 많다. 목표달성에 실패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이 있다. ‘실천 없이 다짐만 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내용의 ‘한고조 이야기’다. 이처럼 실천 없는 다짐만 무한 반복하는 것과 쌍벽을 이루는 목표달성계의 독소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합리화’다.
반대로 어떤 일을 하던 도중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봉착하거나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 그 상황을 마치 원래 자신이 바라던 일이 일어난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것을 ‘단 레몬 합리화’라고 한다. 신 레몬을 먹으면서도 자신이 어렵게 손에 넣은 그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 ‘이번 시험이 어려워서 성적이 낮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신 포도 합리화, ‘이 성적이면 괜찮지 뭐’라고 말하는 것은 단 레몬 합리화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합리화는 긍정적인 태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신 포도든 단 레몬이든 ‘합리화’를 하면서 우리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합리화는 자신에 대한 관대함과 과잉보호이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는 인정하지 않고 결과에 대한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발전이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합리화’는 목표달성에 독이 되는 요소이다. 목표를 정해 두고 목표를 향해 달렸지만 도달하지 못했을 때 상황 또는 환경 탓을 하는 것, 100%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자신을 다독이는 것, 이 합리화는 목표달성은커녕 처음의 목표마저 흐려지게 하곤 한다. ‘합리화’라는 제법 점잖은 이름을 달고 찾아오는 이 나약하고 게으른 마음은 포기보다 무책임하고 변명보다 비겁하다. 심리학에서 합리화는 마음의 고통을 덜기 위한 노력인 ‘방어기제’의 하나다. 하지만 마음의 고통을 덜어내기만 하고 이겨낼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없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피어오르는 합리화의 기운을 힘차게 억눌러 보자.
신소진·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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