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너 죽고 나 죽고”
결국엔 “너 죽고 나 죽고”
  • 경남일보
  • 승인 2012.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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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범 (창원시의원)

주 5일제 근무는 한국사회에 또 하나의 ‘도전’이다. 일만 알던 한국인에게 잘 놀고 잘 쉬는 문화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부터 일부 업종에 한해 실시해 온 주 5일제 근무가 2005년 7월부터 일반 공무원과 3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전체 정규직 근로자의 40%에 해당하는 300만명이 대상이다.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국민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된다. 이런 생활의 변화는 레저, 건강관련 사업자에게는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요즘 너도 나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한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잘된다고 소문나면 세부적인 분석도 해보지도 않고 막무가내 따라잡기식 사업을 하여 서로 죽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남이 하면 나도 따라 한다는 나쁜 발상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창의력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조직과 개인을 공멸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쟁사회에서 ‘너도 살고 나도 살고’를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도 죽고 나도 죽고’의 방식이 실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나는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내가 사는 길은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 유일하지만 뻔히 보이는 과당경쟁에 참여하고 남의 사업을 모방하는 일은 결국 ‘나도 죽고 너도 죽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어느 한 해 양파를 심은 농가가 높은 수익을 올리자, 이듬해 마을 전체가 양파를 심었다. 공급과다로 양파값은 폭락했고 마을의 농가는 어느 한집 예외없이 모두 부채가 늘 수밖에 없었다.

옛 속설에 ‘남따라 장에 간다’는 말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2003년부터 숙박업이 잘된다고 하자 마산 해안로변에 모텔들이 너도나도 경쟁하듯 들어섰고 많은 돈을 투자해 은행부채도 갚지 못할 지경에 있는 것이 태반이다. 마산 창동에 ○○공화국이라는 시네마타운이 들어서자 주변에 있던 소극장 및 기존 극장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런데 신마산에 또 그보다 더 큰 시네마타운이 신축 중에 있다. 결국 모두 다 죽게 되는 꼴이 되고 만다. 결국엔 가진 자만이 살게 되는 것이다.

세계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한국만큼 식당이 많은 곳을 찿아보기 힘들 것이다. 도처에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많은 식당이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까’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식당을 하면 잘살지는 못할지언정 굶어 죽지는 않는다’라는 인식 때문에 식당업을 선호했던 것이 식당이 많아진 이유이겠지만, 현재 식당 수의 증가는 아무래도 식당운영으로 돈을 번 주변이 있다 보니 너도나도 식당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서 서비스 관련업종이 너무 많아졌다. 어시장 주변 복어집 골목에 가보면 점심시간이든 저녁이든 잘되는 집만 잘되고 나머지는 그 많은 복집들이 텅 비어 있다. 창원 상남동 유흥가를 가보면 간판의 네온사인은 호화찬란한데 막상 안에 들어서면 그 역시 잘되는 집 몇 집 말고는 텅 비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돈이 된다는 곳이면 여기저기 과잉투자가 늘고 있다. 우리 사회와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 역시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라는 식의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남이 성공했으니까 안심하고 따라가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그 반대이다. 공급과잉과 중복투자는 암초를 만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체감경기는 전망과 다르다. 심하게는 IMF보다 더 힘들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남이 하지 않은 일을 찾아간다는 것은 어렵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개척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이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해 나가면서 그 새로운 영역의 주인이 되고 결국에는 선택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시대의 환경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끝없이 개척해야 계속해서 할일들이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남의 행동에만 귀를 기울이고 남의 성공을 따라 모방을 한다면 조직이나 개인은 큰 성장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개척자는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강용범 (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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