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지난 5월 2일에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그러자 일본 노무라 경제연구소는 한·중간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다면 중국은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무역 상대국이 될 것이며 미국, EU, 일본 순으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발 빠르게 예측한 바 있다. 물론 이웃 일본의 부러움과 우려가 내포된 예측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과의 교역규모 증진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GDP가 3.7% 늘어나, 한·미간의 1.6%와 한·EU간의 1.5%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체결효과가 기대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협상을 시작한다는 데도 누구 한 사람 반대한다거나 우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칠레, EU, 그리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협상을 시작할 때와 사뭇 다르다. 미국과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때 일각에서 지나칠 정도로 우려하고 저항했던 이유가 소위 한미간 FTA는 우리나라를 ‘미국의 한 주(州)의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혹은 ‘경제적 예속국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등이었다. 중국과의 발효는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위력을 몰고 올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도 말이다.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것이 막상 발효되고 보니 협상 때 우려했던 것만큼 별 큰 손해 없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한 걸까? 앞선 여러 FTA 체결과 마찬가지로 협정 하나를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믿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 엄청난 위력 때문에 말이 안 나오는 걸까!
다른 국가들과 무역협정 체결은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중국과의 FTA 협상은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최악의 경우 미국의 코앞에 있는 멕시코의 형국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한·중 FTA를 서두르는 것에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둘째, 자동차와 휴대전화, 조선 및 LCD 등 몇몇 품목에서 비롯되는 우리나라 경기의 활황이 어느 순간 휘청거릴 경우 국내시장에서 중국제품 잠식 속도와 양은 이루 형언하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에도 속을 들여다보면 생필품을 비롯해 상당부문을 점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떠맡을 먹거리 등 농수산업 부문에 미치게 될 파급력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시장바구니를 든 주부는 안전과 품질이 외견상으로 판독되지 않는 저가의 제품을 찾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1차산업은 어느 순간 흔적이 지워질 수도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이유 중에서도 농림축수산업 피해가 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국부증진의 기회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문제는 1차산업에 대한 대응전략이다. 지난 1986년부터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부터 1995년의 WTO출범, 이후 한·칠레, 한·EU, 한·미 등 자유무역협정이 거론될 때마다 내놓은 전략과 수단으로는 한·중 FTA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이제까지의 수없는 대응전략은 모두가 수세적, 수동적이고 피해에 대한 소득보전형이었다. 방법은 하나다. 대중국과의 체결에 대비하려면 개방에 대한 공세적, 능동적이고 강한 대외시장형 산업으로 전환·육성한다는 전략이어야 한다.
국내 생산기반 전부에 안전과 건강제일의 고품질을 생산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1차산업을 생명·안보산업이라고 한다. 우리 5천만 국민과 중국의 높은 고소득층 5% 정도인 7000만명 등 적어도 1억명 이상의 식탁을 우리 농축수산물로 책임진다는 생명과 안보의 목표 하에 대책을 강구하자. 최첨단 식품생산기반을 구축하여 세계 최고의 품질과 신선함과 무공해의 청정자연식품을 생산·공급한다면 중국과의 FTA, 1차산업 또한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송부용·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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