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레주
노블레스 오블레주
  • 경남일보
  • 승인 201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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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구 (창원보훈지청 보훈과장)
며칠 전 6·25 전쟁 때 우리나라에 파병되었다가 전사한 당시 미8군 사령관 아들의 흉상 제막식이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기사를 보았다. 제임스 밴 플리트 대위는 6·25 전쟁에 참전하기 전 그리스에서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한국전에 참전할 의무는 없었는데도 알지도 못하는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파병을 자원했다 한다. 이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한다.

‘사회지도층의 책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원을 살펴보면 로마시대 초기 귀족계급의 솔선수범 정신에서 비롯된 관용구라 한다. 당시 로마사회에서는 지도층의 봉사와 기부 등이 의무이자 명예로 인식되었으며 이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의 솔선수범’과 ‘부의 사회적 환원’으로 요약된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정신을 가진 집안이 있었는데 바로 경주 최부잣집이었다. 만석 이상의 재물은 못사는 사람에게 베풀고 백리 주변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며 벼슬은 진사 이상 하지 않음으로써 높은 도덕적 의무를 다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자였다. 이 정신은 나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차원 높은 희생정신으로 서양의 신사도, 우리나라 신라시대의 화랑도 정신과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이 바로 이 정신이라고 하겠다.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의 많은 고위관료와 상류층의 자녀들이 군복무를 회피했을 때 아이젠아워 원수의 아들과 미군장성 아들 142명이 참전하여 이들 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하여 우리를 부끄럽게 한 적이 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가 헬기조종사로 참전했던 일, 최근에는 찰스 왕세자의 차남 해리 왕자가 이라크 전에 참전한 일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고귀한 정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전쟁 등 국가 위난 때 국민통합을 이루는 차원 높은 정신전력이 되는 것이다.

2년 전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우리의 젊은이들이 앞다퉈 해병대에 지원했던 일과 미국 시민권을 가진 쌍둥이 형제가 병역의무가 없었는데도 우리 해병대에 지원 입대하여 연평도 최전방에 근무함으로써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 일이 있다. 이런 것이 신세대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할 수 있다.

사회지도층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병역, 납세 등 공적인 일에 솔선수범하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양극화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회지도층이 존경을 받는 일이 드문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왜 그렇게 멀고 생소해 보이는지 알 수 없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윤일구 (창원보훈지청 보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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