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적화보고서’에 대한 유감
‘대한민국 적화보고서’에 대한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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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래 (진주지역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지난 6월 11일자 경일포럼에 실린 ‘대한민국 적화보고서’라는 기명칼럼에서 김중위씨는 김모라고 하는 주사파 출신의 주장을 빌어 시민단체들이 대부분 좌파들이 만든 것으로 그 대표적인 단체가 참여연대이고, 시민단체 핵심적 활동가들의 99%가 주사파 출신이라고 전하면서 이들의 활동을 눈 똑바로 뜨고 눈여겨보자고 주장하였다.

그의 글은 최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시비가 종북, 주사파 문제로 비화되다가 사안이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을 눈치 챈 새누리당이 슬그머니 물러설 즈음, 상황변화도 모른 채 시민단체들까지 주사파로 몰려고 경거망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와 시민단체의 악연(낙천·낙선운동)은 차치하더라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또 검증되지도 않은 남의 주장을 빌려서 국가 및 지역발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비하하고, 핵심적 활동가를 주사파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기 그지없으며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시민단체의 출현은 국가권력의 남용을 막고 사회를 민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다. 민주국가의 권력이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은 권력이 스스로를 견제하는 데에 그 의의를 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여 언론이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 왔지만, 오늘날 언론만으로 국가권력의 견제가 어려워져 국가권력의 견제와 시민사회의 요구들을 실현해내기 위해 시민단체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1989년 경실련, 1993년 환경운동연합, 1994년 참여연대, 녹색연합 등이 발족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국가권력 감시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민단체는 정치, 경제, 환경, 문화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시민사회 영역의 요구에 따라 더 세분화되고 있다.

우리 진주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YMCA, YWCA, 흥사단, 청불련뿐만 아니라 1990년대 결성된 진주환경운동연합, 진주참여연대, 진주여성민우회 등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진주참여연대는 서울의 참여연대와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지방자치시대에 진주의 시정과 의정을 시민의 편에서 감시하는 자발적 시민의 모임이다. 참여연대라는 명칭을 쓰는 시민단체는 대구, 광주를 비롯하여 전국으로 상당수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자기지역에서 충실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비판적인 감시를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이 매우 껄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의 정치참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도 가능한 한 주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시민단체의 시작과 활동이 이러함에도 마치 시민단체들이 간첩들이 암약하는 활동무대인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음으로써 시민단체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북한인권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서경석 목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보수적인 인사인 이석연 변호사는 경실련 활동을 하였고, 서울시민 다수의 선택으로 서울시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원순씨는 (서울)참여연대의 사무처장을 지내고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를 출범시킨 시민운동가다. 그럼에도 그는 이들마저 싸잡아 주사파로 몰아가고 있다. 왜일까? 김중위 씨를 비롯하여 그가 인용한 김모씨 등은 아직도 대한민국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비무환, 걱정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역설적으로 마음 속 깊이 북한의 능력을 침소봉대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아닐 것이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결을 확대시켜서 어떤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북한 정권이 대립하면서 내부단속을 통해 권력을 독재화했던 70년대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중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다시 한번 밝히건대 시민단체는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 활동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정치, 경제, 환경, 문화 등 다양한 시민영역의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려는 그야말로 민주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활동을 밖에서 눈여겨보지 말고 직접 참여하여 함께 시민민주주의를 실천하기를 권하고 싶다. 앞으로 낡은 이념논쟁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조창래 (진주지역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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