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운영 금연운동가 이동근씨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단단한 체격에 건강한 미소를 머금은 이동근씨. 진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경남독서실을 3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인터뷰를 위해 만나자 마자 금연의 좋은 점에 대해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세상에 알려질 만큼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연에 대한 열정과 의지 만큼은 대단했다.
이씨는 “저도 원래는 담배를 입에 물고 살던 사람이었다”면서 “그렇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담배를 끊고 나니 건강을 되찾은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좋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에는 꽤 이름 있는 건설사에서 임원의 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IMF로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아파트 입주자와 채권자들을 일일이 만나 채무관계를 해결한 뒤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됐다고.
이씨는 “당시 진주 고려병원에 계시던 이양 선생님이 고등학교 선배셨는데 나를 따라 다니며 금연할 것을 강력히 권고해 주셨다”며 “금연을 권하며 나에게 선물과 밥을 사주느라 1998년 당시 돈으로 100만원은 썼을 것이다. 결국 그해 5월 담배를 끊겠다는 다짐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 중 금연을 시켜야 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끈질긴 설득에 돌입한다. 밥도 사고 선물도 사주며 나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라도 금연을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 첫번째 할 일이다”라며 “이후에는 자녀와 아내, 부모님, 친구들 전화번호를 모두 알아낸 다음 일주일에 2번씩 금연 대상자가 혹시 담배를 피우진 않는지 확인하고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독서실을 운영하다 보니 중고생들의 흡연도 자주 목격한다는 이씨는 최근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담배를 끊게 했다고 했다.
그는 “금연을 하게 되면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최근 금연에 성공한 고3 녀석과 그 어머니를 만나 함께 식사를 했었는데 두사람의 관계가 금연 전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나 스스로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도 매년 2~3명씩은 금연 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연 활동과 함께 최근에는 목욕봉사도 시작했다. 사진=오태인기자
그는 “밥도 사고 선물도 사주느라 생각보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까지는 계속 활동을 하고 싶다”면서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장애인 목욕봉사도 1년 200시간 10년 2000시간을 목표로 일주일에 2번씩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훗날 제가 해온 금연운동과 봉사활동을 기록한 일지를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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