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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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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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조 시인
전화가설공 김씨는 공중에 떠있다. 그는 허공을 밟고 활쏘는 헤라클레스처럼 남쪽하늘을 팽팽히 잡아당긴다. 당길 때마다 봄 하늘이 조금씩 다가왔다. 공중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 들린다. 사랑해요. 화살처럼 달려가는 중이다. 붉은 자켓을 펄럭이며 그는 지금 길을 닦는 중이다. 하늘을 가로질러 푸른 다리를 놓는 중이다. 제비들이 어깨를 밟을 듯 지저귄다. 그는 허공과 허공 사이에 케이블을 걸고 벚나무 가지가 붉어질 때까지 죽은 기억들을 끌어당긴다. 허공을 밟을 때마다 목조계단이 바스라지며 가슴을 찌른다. 모든 언덕이 팽팽해진다. 살아오는 중이다. 말과 말 사이에 물길이 트이는 중이다. 중심이다. 닿을 수 없는 마음들이 물길에 실려 가는 것이 보인다. 그는 지금 허공을 밟으며 그대에게로 가는 푸른 다리를 놓는 중이다.

프로필= 경남문협회장

작품해설: 선로공이 말의 다리를 잇고 있다, 따끈한 사랑들이 소통중이다, 제비들이 유달리 전선에서 왜 귀 기우는지 이제 알겠다. 허공이 팽팽하다.(주강홍진주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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