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127>
오늘의 저편 <127>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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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것 깨소금 맛이다. 어머, 어머, 어떡해. 이건 아닌데!’

 정자는 남편의 손이 허리께에 닿을 때 가슴이 벌렁거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계속 자는 체를 해야 할지 남편의 손을 뿌리쳐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정말로 얄궂게도 불덩이 같은 남편의 그 손이 싫지 않아서 그녀 자신에게 지랄개떡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수향이는 온몸으로 형식의 몸을 타고 넘어선 정자 부부 사이에 비집고 들어갔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인가?”

 정자는 무심결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급히 발효된 분노와 절망으로 가슴이 둘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남편이 어떻게 나올지 제일 궁금했다.

 “이게 미쳤나?”

 잠시잠간 어이없는 얼굴을 하던 형식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수향이를 번쩍 안아선 문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어디 가는 거야? 안 가 안 간단 말이야.”

 형식의 마음을 빨리도 읽어버린 수향이는 악을 쓰며 버둥거렸다.

 아무 대꾸 없이 수향이를 밖에 내려놓은 형식은 곧장 방으로 되돌아와선 방문을 안으로 잠그곤 정자를 넌지시 뉘였다.

 ‘뭐 못해 환장한 여자도 아니고 지금 내가 뭐하는 거야?’

 남편의 손이 그녀의 속저고리 속으로 들어올 때 정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뭐가 어때서? 우린 부부이고 당연히 부부관계를 하려는 것뿐인데.’

 그의 손이 가랑이 사이로 발전할 때 정자는 주제 모를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뿌리쳐! 다른 여자를 만졌던 손이잖아? 더러워, 메스꺼워??.’

 그러나 정자는 몸으로 그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밖에 쫓겨난 수향이는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다간 지쳤는지 부엌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흥, 내가 시앗이고 밖에 있는 저년이 본처 같잖아?’

 남편의 동물적인 헉헉거림에 술 냄새가 훅훅 풍겨져 나올 때 정자도 그만 술에 취해 버리고 있었다.

 “죽여 버릴 거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난 수향이는 식칼을 집어 들었다. 문고리를 사정없이 잡아 비틀다간 당기고는 했다. 

 서로에게 취해버린 형식이와 정자는 문이 삐거덕거리는 소리엔 마음을 쓸 겨를이 없었다.

 “죽어 버릴 거야앗!”

 수향이는 비명을 지르며 식칼을 자기 가슴에다 들이댔다.

 때맞추어 형식은 절정의 신음을 유감없이 터뜨리며 아내 위에 완전히 쓰러졌다.

 “내가 왜 죽어? 누구 좋아라고? 히, 히, 히??.”

 식칼을 맥없이 떨어뜨리고 만 수향은 정신 나간 여자처럼 실실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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