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경험한 한국 '희망의 땅' 될 것"
"공산주의 경험한 한국 '희망의 땅' 될 것"
  • 연합뉴스
  • 승인 201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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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 만나러 온 세계적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한국은 공산주의가 어떻게 잘못되는지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에 창의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은 지난달 28일 오후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한국의 상황에 대해 깊은 통찰은 없지만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 스스로 재탄생해 강국으로 거듭난 것에 대단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예찬론을 폈다.

그는 "두 사람이 있으면 약한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데 삼성이 소니를 추월했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특히 "북한은 흥미를 끄는 구석이 있는 나라"라면서 "도대체 어떻게 저런 체제가 가능한지, 북한 사람들은 (북한 당국의) 프로퍼갠더(선전)를 믿는지는 정말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지젝은 "북한 사람들이 모두 멍청해서 프로퍼갠더를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말도 안 되지만 그들이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 믿는 척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급진적 민주주의 전통을 갖고 있고 공산주의가 어떻게 잘못되는지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에 창의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다지 희망을 갖고 있지 않지만 분단이라는 '이상한 상황' 때문에 오히려 반어적으로 (한국은) '희망의 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에서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국과 같은 현대 사회에 민주주의와 군사적 독재의 긴장이 남아있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면서 "자본주의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말 심각한 문제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 없이도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중국, 싱가포르 등은 현재 가장 역동적인 자본주의 국가인데 정작 민주주의는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시대를 열었지만 현재 상태 그대로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우며 20세기 공산주의도 우리를 구원할 줄 알았지만 이제는 끝났다"면서 "현재의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명확한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 비극적"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와 예술, 국제정치 이론에 철학을 자유자재로 접목해온 지젝은 세계 철학계에서 주목받는 '스타 철학자'다.

9.11테러, 이라크전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현상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급진적인 생각으로 인해 미국 등에서는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위험한 철학자'라는 악명에 대해 지젝은 "나는 '위험한 철학자'라는 평가와 함께 농담이나 하고 다니는 '정신나간 광대'라는 말도 듣고 있다"면서 "이런 평가를 동시에 들으면 내가 하는 일이 아주 쓸모없는 일은 아닌가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농담을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테러리즘과 크메르루즈를 옹호하고 새로운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주창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이는 내 책의 특정 구절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나는 30년 전 공산국가였던 조국에서 반체제 인사였지만 흥미롭게도 지금은 공산주의 테러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젝은 또 "우리는 모두 진정한 철학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철학 없이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시대이며 우리가 어떤 위협에 직면해 있는지,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기 위해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션브랜드 마인드 브릿지와 아트 앤 스터디가 주최한 '인문학 콘서트' 참석차 지난 24일 한국을 찾은 지젝은 27일과 28일 경희대와 건국대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해 한국 독자들과 만났으며 30일 출국했다.

/연합뉴스

사진설명=방한한 슬로베니아의 세계적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산주의 경험한 한국은 희망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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