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구 (창원보훈지청 보훈과장)
지난밤의 비바람에도 꽃잎만 약간 떨어졌을 뿐 연분홍의 고운 자태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렇게 키가 크고 튼튼한 가지로 굳건하게 서 있는 무궁화꽃을 보면 의연한 기개로 일본인을 보고 호통 치던 애국지사를 연상하게 한다. 왜 이런 무궁화를 일본인들은 키가 작고 지저분한 꽃으로 폄하했을까. 아무런 근거 없이 의도적으로 우리 민족을 깎아내린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속이 좁은 못난 민족이 아닐 수 없다.
7월부터 9월까지 여름 내내 꽃을 피우는 무궁화는 그야말로 여름나무라 할 것이다. 해뜨기 전 새벽에 피어 밤에 지는 우리 겨레의 부지런함과 진취성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아침에 피어난 꽃이 저녁에 지면 다음 날 아침 또 하나의 꽃이 피어나기를 거듭해 한 그루에서 무려 1000송이, 아니 많을 경우 3000송이에 이르기까지 한다. 글자 그대로 무궁무진하게 피어나는 무궁화는 어떠한 외압에 굴하지 않고 이 땅을 지켜온 우리 민족을 닮았다.
일제는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무궁화를 뽑고 태우고 짓밟아 땅에 묻었고 무궁화를 보거나 만지면 눈에 핏발이 서거나 부스럼이 생긴다고 거짓소문을 퍼뜨려 ‘눈의 피 꽃’ 혹은 ‘부스럼 꽃’ 이라고 한 저들의 치졸한 행태가 가소롭다. 무궁화는 이미 조선시대에 국화로 삼았던 것을 일제시대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보급운동으로 무궁화가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고 한다. 꽃 하나하나는 하루 만에 지지만 나무전체로 볼 때에는 계속해서 새로 이어 피는 무궁화는 화심(花心)처럼 태양의 영광이 국가의 앞날을 비추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나라 꽃으로 삼았다고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여전히 의연한 자세로 서 있는 무궁화를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꽃을 행여나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지 않는지를 살펴보고 태극기와 함께 더욱 사랑하고 잘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일구 (창원보훈지청 보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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