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고쳐야 할 허물
즉각 고쳐야 할 허물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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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사천문화원장)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마라(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공자는 이 말을 논어(학이편, 자한편)에서 두 번씩이나 사용했다.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게 마련이다. 허물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허물을 걷어내기 위해 사람은 공부하고 학문을 닦는다.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허물을 찾아 그 허물을 걷어내야 사람이다.

지난날 봉건사회에서 허물이 없는 존재가 임금이었다. 백성은 오직 임금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기준은 임금이요, 백성은 임금의 눈치를 살피면서 살아야 했다. 권력층인 사대부도 임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몸짓을 다했고, 임금 주변에서 벗어나는 것은 곧 권력을 잃는 것이고 존재 자체가 무의미했다. 자신의 의지나 주장이 아무리 합리적일지라도 임금의 견해와 맞지 않으면 그것은 허물이 됐다. 사형언도를 받을지라도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로 자신을 낮춰야 했다. 500년 조선 역사는 허물없는 임금을 받드는 역사였다.

고치지 못하는 허물 가운데 이념이란 것이 있다. 사람이 이념에 사로잡히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속한 조직이나 국가도 그 틀 속에 갇힌다. 조선사회를 옥죈 것이 성리학이라는 이념이었다. 고려말 성리학은 포은, 목은, 야은 등 삼은으로 대표를 삼았다. 이들 가운데 포은이 이방원 일파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나머지 두 사람은 초야로 숨어들었다. 목은과 야은은 스물 다섯 살 나이 차이로 목은이 태조 대에, 야은이 세종이 등극하던 해에 각각 죽었으나 이들이 길러낸 학자들도 둘로 나눠졌다. 조선의 건국이념을 정립한 정도전과 권근, 변계량 등 목은의 제자들은 훈구파를 형성했다. 다른 하나는 이상정치를 꿈꾼 사람들로 역사는 이들을 사림파라 일컫는다. 사림파는 야은에게서 학문을 익힌 김숙자를 조종으로 삼는다. 그의 학문은 아들(김종직)에게 전수되어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로 이어지면서 조선 성리학의 주류를 이뤘다.

훈구와 사림간의 싸움은 2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지면서 피비린내 나는 사화로 이어졌다. 사림파가 훈구파를 완전히 몰아낸 것은 선조가 등장하면서였다. 성리학의 정치학적 이념은 조선이 망할 때까지 계속되면서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과 맞지 않는 정파는 과감히 숙청하고 외국문물도 배격했다.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실학자들의 실사구시 요구도 무시했다. 오직 임금을 둘러싸고 정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저들의 이익을 챙기고 세력을 유지했다. 임금을 허물없는 대상으로 만들어 자신들을 보호하는 구실로 삼았다. 세월이 지나자 정신적 지주가 된 성리학적 이념은 나라를 송두리째 남에게 빼앗기는 데도 작용했다.

그리고 해방정국에 몰아닥친 서양문물은 또 다른 이념을 함께 묻어 왔다. 북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이, 남에는 자유민주주의가 국가이념으로 등장했다. 전쟁이 끝나고 정권을 유지하는 가운데서 등장한 것이 연좌제였다. 연좌제는 남과 북에서 똑같이 진행됐다. 남에서는 좌익이, 북에서는 우익이 연좌제의 대상이었다. 남에서는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연좌제를 폐지했으나 북에서는 연좌제를 폐지하지 않았다. 남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허락됐으나 북은 우익이라는 말 자체를 아예 없애고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권력은 세습으로 이어졌다.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금강경 장엄정토분 10)’는 것이 석가의 가르침이다. 머무는 바가 없다는 것은 몸은 어디에 있건 마음이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자는 ‘허물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허물(자로편)’이라고 지적했다. 북에서는 머무는 것 자체로서 사상은 통제된다. 이는 북에 가보지 않아도 남한에 정착한 2만 4000여 명의 탈북자들로서 증명되고도 남는다.

19대 국회에 좌익 국회의원이 들어서면서 정국은 이념(색깔) 논쟁에 휘말렸다. 그들은 주체사상이라는 것이 고쳐야 국가적 허물임을 외면한다. 이념은 조직을 형성해 상대를 제압하는 도구가 된다. 상황에 따라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이 이념이다. 성리학적 정치이념의 견고성과 위험성을 우리는 조선역사에서 보았다. 친북이념은 하루속히 고쳐야 할 허물이다. 허물은 고치기 위해 존재한다. 박정희는 좌익에 발을 디뎠다가 공산주의자들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보고 즉각 자신의 허물을 고쳐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냈다.

/박동선·객원논설위원·사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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