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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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지금 진주시의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비추면서 진정 이것이 시민들의 권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시의원들의 모습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라고 한다.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한다.

‘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따가운 질책에 할 말이 없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2년 전 사랑하는 진주시민들이 우리에게 부탁한 것은 반목과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화합과 소통과 조화였다. 그런데 그것은 또다시 하반기 의장단 구성이라는 커다란 사안 앞에서 시민들의 분노와 원성을 사게 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시민을 대표하는 민의의 전당 시의회가 진정어린 시민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자초해 혼란을 가져오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가 없다.

아직은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나 필자는 그동안의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법과 제도가 당초의 취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제대로 정착되기까지에는 또 그와 못지않은 시행착오와 후유증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어야 하므로 새로운 정책적 판단이나 새로운 제도의 제·개정 부분에서도 의원들 개개인은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끝까지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그동안 각 기초의회나 광역의회에서는 로마교황청에서 새 교황을 뽑을 때 거치는 방식과 비슷한 이른바 ‘교황식 선출방식’으로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해 왔다. 이것은 후보자의 정견발표나 후보등록 등의 경선절차를 생략한 채 의원이면 누구라도 후보가 될 수 있는 무기명 투표 방법으로 대부분이 의원들간의 비공식적인 사전 조율에 의한 호선으로 치러졌다. 이러다 보니 힘의 논리에 의한 다수당이 절대 고지를 차지하게 되고 의원간 자리 나눠먹기와 밀실야합, 금권개입 등 선거 때만 되면 차마 부끄러워 입에 올릴 수조차 없는 일들이 생겨나 우리들 모두가 싸잡아서 비난을 받아 왔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진주시의회가 이번에 채택한 방법은 후보등록제인 일반공개투표방식이었다. 물론 그동안 행정안전부의 권고사항이 있기도 했었지만 지난 2011년 10월 24일 ‘진주시의회 회의규칙 일부 개정규칙안’이 제 149회 임시회 3차 본회의의 수정가결을 거치면서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이 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의장·부의장 후보는 해당 선거일 2일 전에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하고, 선거 당일 본회의장에서는 10분 이내의 후보자 정견 발표를 할 수 있으며, 의장·부의장에 출마한 후보는 상임 위원장 선거에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결선 투표에서 후보자 득표수가 같을 때에는 최다선 의원이, 최다선 의원이 2인 이상인 경우에는 그 중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사전 후보등록제 역시 이번에 새로운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물론 후보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의원들은 후보자의 정견발표를 통해 의회운영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공개적인 자질검증이 가능하게 되어졌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후보자가 미리 정해짐으로 해서 그 후보자를 중심으로새로운 편가르기식의 자리 다툼이 일어나고 미리 정해진 후보자들간의 첨예한 감정대립과 상호비방, 힘겨루기가 시작되면서 선거를 치루기도 전에 이미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 역시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만든 법인지라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불완전한 법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하반기 진주시의회 의장단 구성이 남은 기간 예정대로 잘 이루어져서 새로운 위상을 찾고 진정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의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지금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그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노병주 (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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