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의 소재와 시대
‘예기’의 소재와 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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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의 중국 고전 산책>
이 일대총서인 ‘예기’는 물론 한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한서’, ‘예문지’는 ‘공자의 70인 제자와 그 후학들이 기록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70인 제자와 후학의 범위에는 대덕·대성·유향 등까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소재라는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 가운데서 ‘제후전묘’, ‘제후혼묘’와 같이 관서(官書)에서 나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은 비록 반드시 예(禮)의 고경(古經)의 유문은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관부에 소장된 전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며 ‘문왕관인’편 같은 것은 ‘일주서(逸周書)’(산일된 ‘주서’의 단편)와 내용이 대략 같다. ‘월령편’은 ‘여람(呂覽)’(고대춘추) 및 ‘회남자’와 내용이 같은 글이다. 그러므로 이 세 책은 반드시 한 고서에서 채록한 것이다.

제자서 중에서 녹출한 것으로서 ‘대대례기’의 ‘입사’부터 ‘천원’까지의 10편은 다 ‘증자(曾子)’의 두 글자를 머리에 덧붙였는데 이것은 어쩌면 ‘한서’, ‘예문지’에 보이는 ‘증자 18편’이라고 한 것의 일부일는지도 모른다. ‘증용’·‘방기’·‘상기’·‘치의’등 제편은 심약(沈約)에 의하면 모두 ‘자사자(子思子)’에서 취재했다고 하고 있으니 어쩌면 ‘한서’, ‘예문지’에 실린 ‘자사 23편’이라고 한 것의 일부일는지도 모른다. ‘사기’의 ‘정의(正義)’장수절(張守節)는 “악기는 공손니자(公孫尼子)가 편찬한 것”이라고 말하며 유헌은 “치의는 공손니자의 작”이라고 하니 혹시 ‘한서’, ‘예문지’의 ‘공손니자 28편’이라고 한 것의 일부일는지 모른다. 삼년문·예삼본·악기·향음주의·권학 등 제편은 일부 혹은 전부가 ‘순자’와 내용이 같은 글이다.

연대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대대’, ‘소대’의 양기 중에 가장 오래된 편을 ‘하소정’이라고 추정하고 우공(禹貢)과 함께 하(夏)시대의 유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희, 방효유(方孝孺) 때부터 이미 크게 이것을 의문시하여 ‘월령’이 후에 나온 것이 아닌가고도 말해지고 있으나 실상 ‘하소정’의 성립연대는 고증하기가 아주 쉬운 일인 것이다. 그것은 ‘하소정’편 가운데에 일월성진의 운행을 기록한 부분, 즉 “정월에 국성(鞠星)이 나타나고 초저녁에 삼성(參星)이 중천에 있으며 북두칠성이 그 아래에 걸려 있다.” 또 “4월에 묘성(昴星)이 나타나고 남문성(南文星)이 정중에 있다.” 등의 문구를 천문학자들이 계상해 본다면 그 정확한 연도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연대가 늦은 것으로 ‘왕제(王制)’편 같은 것은 노식(盧植)에 의하면 ‘한의 무제(BC 179~157)때에 박사가 지은 것’이라고 하나 아직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 ‘예찰’, ‘보부’같은 것은 한 대 사람의 손으로 된 증거가 확연하며, ‘공관(公冠)’편은 ‘효소관사(한의소제, BC 86~74)의 관사(冠辭), 즉 관례 때에 조종에 대한 고축문(告祝文)’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원봉 4년 (BC 80)이후에 편찬된 것이 분명하다. 요약한다면 ‘대대례기’, ‘소대례기’에 포함되어 있는 글들은 전국시대 말기에서 전한시대 초기에 걸치는 백년 간을 중심으로 한 시대일 수밖에 없으며 내용적으로는 10중 7, 8이 순경(荀卿)(순자) 일파의 유학사상을 대표한 것이라고 하겠다.

/한국국제대학교 국제한국어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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