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연령대별 시운>
이준의 역학이야기 <연령대별 시운>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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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신(十神)의 배치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자기 학문과 수양의 발전 과정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 살에 스스로 섰으며(三十而立), 마흔 살에 세상의 여러 유혹들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四十而不惑). 쉰 살에 하늘의 명을 알았고(五十而知天命), 예순 살에 귀가 순해졌으며(六十而耳順), 일흔 살에 마음 내키는 대로 했지만 법도를 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공자의 이 말에 따라 15살을 지학(志學), 30살을 이립(而立), 40살을 불혹(不惑), 50살을 지천명(知天命), 60살을 이순(耳順), 그리고 70살을 종심(從心)이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말은 공자와 같은 격이 높은 사람들에게나 서술어로 해당 될 뿐, 평범한 사람에게는 명령어로 바꾸어 새겨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격조(格調) 높은 소수의 청소년을 제외하고는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운 청소년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저 천방지축으로 뛰놀고 게임하고 끼리끼리 또래지어 몰려다니며 놀고 싶은 연령대가 아닌가? 서른 살 나이 들어 직업 및 직장 마련, 결혼, 육아, 집장만, 무수한 생활전선에 힘겹게 휘둘려야 하는 무수한 젊은 사람들에게서 이립(而立)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40대가 불혹의 나이? 마흔 살이 되면 천지에 온통 유혹하는 것들 뿐이다. 각 종 사업구상, 직장에서의 중추적인 역할, 집안 챙기기, 각종 사회단체 활동, 시민활동, 정치 활동, 보증, 투쟁, 성적 유혹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유혹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연령대가 40대이다. 50대는 지천명? 50대에게 천명을 물어 보라, 하늘의 명을 아는 자가 몇 명 있는가? 오히려 세속의 일들에 물들어 자기경험의 한계에 고착되는 경향이 드세고 강하다. 세상에서의 자그마한 성공으로 지나치게 으스대든지, 아니면 세상에서의 힘겨운 삶에 의하여 주눅이 들어 있든지. 50대에 하늘의 명을 아는 이들이 드물다. 다만 세속의 일들에 자기 견해를 보탤 따름이다. 60대에게서 부드러운 귀(耳順)를 기대한다? 산에서나 들판에서나 술집에서나 관공서에서나 시장에서나 길거리에서 60대와 말해보라. 부드러운 귀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억센 고집, 아집, 독선, 경계. 말이 통하지 않고 숨이 탁탁 막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70대의 종심은 그저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하여 공자의 자기 인생을 정리하는 이 말은 ‘공자님’ 또는 ‘공자님과 같은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일 따름이다. 그러기에 이 말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적용할 때는 하나의 희망사항 또는 명령어로 받아 들여야 할 것 같다. 15살의 지학(志學)은 “학문에 뜻을 두다”가 아니라 “학문에 뜻을 두어라!”로 , 30살의 이립(而立)은 “스스로 서다”가 아니라 “스스로 서라!”로 , 40살의 불혹(不惑)은 “유혹당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유혹당하지 말라!”로, 50살의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명을 알다”가 아니라 “하늘의 명을 알아라!”로, 60살의 이순(耳順)은 “귀가 부드러워 지다”가 아니라 “귀를 부드럽게 하라!”로, 그리고 70살의 종심(從心)은 “마음가는대로 하였다”가 아니라 “법도에 따라라!”로 바꾸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연령대별 좋은 시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지학(志學)의 연령대에 필요한 시운은 인성(印性)이다. 외국의 경우 간혹 IT 업계에서 10대 재벌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그 빛과 힘이 오래가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지적 능력을 배양하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 활용 창출하는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나이에 지나치게 일찍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립(而立)의 시기에는 식신(食神)·상관(傷官)의 표현으로써 자기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어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를 알리고 각인시켜야 한다. 불혹(不惑)의 연령대에는 아무래도 구체적인 결실, 실익을 추구하여 결실을 맺는 재성(財性)을 잘 살려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의 나이에는 넉넉한 지혜와 마음의 여유로써 여러 사람들을 헤아리고 살펴볼 수 있는 관성(官性)이 요구된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순(耳順)과 종심(從心)의 연령대에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바가 천지의 운행과 위배됨이 없고,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에도 저절로 자연스러운 비견(比肩)·겁재(劫災)가 요구된다 하겠다. 이 경지가 자아실현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대개 이런 10신의 발현이 연령대별 요구내용과 조화롭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 우울, 절반의 성공과 실패 등 다양한 인생의 파란(波瀾)이 때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고, 이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까닭 없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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