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클럽 시대’의 대학 교육
‘20-50클럽 시대’의 대학 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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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경상대학교 총장)
 지난 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다. 일본(1987), 미국(1988), 프랑스ㆍ이탈리아(1990), 독일(1991), 영국(1996)에 이어 16년 만에 7번째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20K(kilo)) 달러와 총인구수 5000만(50M(million)) 명을 돌파한 나라를 가리킨다. OECD나 G20처럼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규모를 포함하여 나라의 위상을 입증하는 것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광복과 한국전쟁 후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 자원부족 국가에서 세계가 우리의 자원인 국가로 질적 성장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적 자긍심이 한층 고양된 것은 물론이고, ‘30-50클럽’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심기일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20-50클럽 가입에 걸맞은 국격(國格)과 국민적 자질을 갖추자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면, ‘20-50클럽 시대’의 대학 교육은 어떠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과거 대학 교육의 목적은 전문기술인의 양성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와 같던 우리나라가 1996년 12월 OECD에 가입하기까지 40여 년 간은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수출과 산업개발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전사’ 역할을 했다. ‘조국근대화’, ‘새마을운동’, ‘기술입국’ 같은 구호를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대학 교육도 이에 발맞춰 엔지니어ㆍ과학자ㆍ전문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 교육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이 변해야 한다.

 먼저 20-50클럽 시대의 대학 교육은 세계시민,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보통명사가 된 지 이미 오래고, 아침을 서울에서 먹고 저녁을 미국에서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세계시민,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개념은 국민들의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게 되거나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더 많이 베풀며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세계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시민은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하고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환경을 보전하려는 의식과 타인을 위해 봉사하려는 정신이 충만하다.

 경상대학교가 국립대로서는 최초로 캠퍼스 내에 예절교육관을 건립한 것은 전통예절과 글로벌 에티켓 등 인성교육을 강화하여 세계시민을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봉사의 지역화ㆍ세계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학내에 다양한 봉사활동단체를 조직하고 지원하려는 구상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경상대 하계 해외봉사단은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학생으로 구성된 GNU봉사단, 직원들의 자발적 봉사조직인 경상대사회봉사단ㆍ한아름봉사단ㆍ개척기술봉사단 등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건축학과 교수ㆍ학생들은 5년째 농어촌 집 고쳐주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축산학과 AS봉사단도 2006년부터 하동요양원에서 무한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20-50클럽 시대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조건을 이미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20-50클럽 시대의 대학 교육은 단순 기술을 익히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창의적인 혁신기술을 개발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단순해 보이는 제조기술에서도 인문학에 기반한 융합기술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기술개발로 패러다임을 바꿔가야 한다. 세계 IT계의 거목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개척한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뒤 그의 자서전을 본 세계인들은, 그가 사실 인문학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 상상력을 키워왔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했다. ITㆍBTㆍNT 등 미래형 첨단 과학기술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할 때에 창의력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학생들이 단순하게 주어진 학과의 전공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 융합형 연계전공 및 트랙을 이수함으로써 잠재되어 있는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20-50클럽에서 30-50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제시해주는 나침반이라고 할 만하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시대를 넘어 OECD 회원국이 되고 드디어 20-50클럽 국가가 되는 과정에 바쳐진 부모세대의 땀과 눈물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30-50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경제 발전, 외환위기 극복, 세계 유수의 경제블록과의 FTA 체결, 남북경협, 양극화 해소,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소 등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정신문화인 ‘효도’(孝道)를 세계시민이 갖춰야 할 정신적 덕목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지금은 퇴색해 가고 있는 우리의 효도 문화를 초ㆍ중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담금질하여 세계시민의 정신적 기준을 제시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50클럽 가입이 ‘우리나라가 확실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국가적 위상을 유지ㆍ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대학 교육은 어떻게 질적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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