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론
교사론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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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하동 악양초교 교사, 시인)

진주성 숲속에 사는 호랑지빠귀, 휘파람새, 파랑새, 찌르레기 같은 새들이 유난한 아침인사로 미명의 새벽빛으로 서서히 깨어나는 도심을 흔들어 놓는다. 아침먹이 준비에 부산한 시간이다. 어떤 시인은 새들이 우는 이유를 ‘웃기 위해 우는 것’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하더니 이유가 어떻든 간에 울어야 할 때 소리 내어 울 줄 아는 녀석들이 기특하다는 생뚱한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옳고 그름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닥칠 이해관계를 따져 불의 앞에서도 내면의 목소리를 드러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세상에선 새들이 제각각 소리를 내는 것에조차도 의미부여가 되는 것 같다.

무엇이든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침묵하는 자세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 아님을, 알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알고도 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조직 속에선 말을 꺼내는 자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일쑤라 바보취급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점차 말 못하는 바보가 되어간다.

교사론에 보면 ‘교사는 옳지 않은 행동을 해서도 안 되지만 옳지 않은 행동을 보고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병폐에 찌든 사회 한구석을 개혁하는 선구자로서 나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은폐보다는 수정을 요구하는 시대의 조류를 보고 잘못된 행동을 두고 뒷구석에서 떠드는 것보다 나서서 바른 말을 하는 사람, 개인의 손익계산에 앞서 진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병폐가 사라질 거라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루소(1712~1778)는 에밀(1762)에서 ‘만물은 조물주의 손에서 태어날 때는 모두 선하나 인간의 손에서 타락하여 악으로 변한다’는 성선설에 입각한 자연주의 교육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을 새로운 합리적인 입장에서 수정 보완한 것이 칸트의 교육사상인데, 칸트는 ‘사람은 교육에 의해서만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인간은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유일한 피조물’이라고 갈파했다. 루소의 자연주의에 도덕적 품성도야를 더한 사상으로 볼 수 있다. 성선설에 입각한 교육사상이든지 성악설에 입각한 교육사상이든지 인간은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이러한 교육의 주체인 교사는 어떤 인격을 갖춰야 하고 아이들의 동일시 모델이 되기 쉬운 선생님으로서 어떤 인간상을 보여줘야 할까? 미성숙자의 잠재적 가능성을 조성하고 인간의 정신생활을 상대로 하는 직업인 점과 사회봉사의 정신에 입각하여 사회발전과 향상을 위한 원동력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교직의 특수성을 떠올리며 하루를 새로이 시작하고자 마음을 고쳐먹는다.

시원한 물줄기로 식물의 아침을 깨우러 옥상 텃밭으로 갔다. 공들여 키워 놓은 블루베리 열매를 그새 새들이 쪼아 먹었다. 열매가 익을 때를 귀신같이 알고 익자마자 잽싸게 나꿔 채가는 것을 보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고기는 여우가 챙기는 구석진 곳의 면모가 떠올라 또 생각이 고인다.

이처럼 사념들이 고개를 치켜드는데 아무래도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도’도 되새겨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이상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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