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가 어울려 사는 사회
3代가 어울려 사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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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

면사무소 근무를 마치고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왔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먼저 집안 대청소부터 했다. 이불을 빨아서 햇볕에 말리고, 쌓여있는 옷도 손빨래를 했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정돈하고, 구석 구석에 걸레질을 하며 바닥의 먼지를 깨끗이 닦아내려니 시계바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필자는 둘째 딸을 22개월까지 집에서 혼자 키우다가 어린이집에 보내고서야 직장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친구들은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자녀를 한 명 밖에 낳지 않는데다가 부모와 사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촌에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도 많이 보이신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녀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한 까닭일 것이다.

얼마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 노인실태조사’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노인가구 형태는 노인독거 19.6%, 노인부부 48.5%, 자녀동거 27.3%로, 노인단독가구(노인부부, 노인독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자녀동거율이 급감했다. 이것은 뭘 의미하나? 부모는 자녀에게 노후를 맡기지 않고, 자녀는 부모를 모시지 않는 사회가 보편화 돼 간다는 방증인 셈이다.

시댁 동네 분에게 “중국에서는 부모님이 아기를 봐준다”고 하니까,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을 들었다. “자식 키운다고 허리가 휠 정도로 고생이 많았는데, 노년이 돼서까지 수고롭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것도 문화차이라고 해야 하나. 중국에는 결혼한 자녀들이 대부분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유교적 가부장제 풍습이 있는 한국에는 장남의 부양책임이 강하나 중국은 그렇지 않다. 자녀들이 많은 부모중에는 막내와 같이 살면서 제사도 여기서 지낸다. 요즘들어서는 저출산 정책에 따라 삼·사대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과 같이 사니까 젊은 사람들은 가사나 육아에 힘을 쓰는 것 보다는 일터에 나가는 맞벌이 부부가 대세다. 노인들은 육아를 담당하면서 힘들다기 보다는 큰 보람이자 즐거움으로 여기며 하나밖에 없는 손주를 애지중지(愛之重之) 하신다. 또한 공원과 광장에는 남녀 구분없이 아침부터 조깅이나 체조를 하는 노년들로 활기를 띈다. 어르신들은 낮에도 삼삼오오 나무밑이나 정자 아래서 장기·바둑을 두거나 알후(二胡)를 연주하며 노후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그러나 한국에는 농촌이나 도시 할 것없이 한가하게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말년에 가족 곁을 떠나 요양병원 등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점차 늘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선진 의료제도는 최고나 경로사상(敬老思想) 고취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늙을 노(老)의 한자는 노련(老鍊)하다. 숙달(熟達)하다. 그리고 대접(待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핵가족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생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지신 분들을 존경하고 대접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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