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포괄수가제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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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비가 오지 않아서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의 가뭄을 걱정하였더니 폭우가 내려 홍수가 났다는 보도를 보니 세상은 하루를 내다보기가 힘들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분만, 자궁수술 입원환자에 대하여 진찰료, 검사비, 입원료, 약값을 통으로 묶어 정해진 가격으로 진료비를 받게 하는 제도가 포괄수가제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전국 병ㆍ의원에서 포괄수가제가 시행되었다. 포괄수가제란 입원비 정찰제라고 할 수 있다.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면 환자부담은 줄어든다. 보험이 되는 급여 항목과 보험이 안돼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내는 비급여 항목을 구분하지 않고 수술 진료비 전체에 보험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처치가 많이 필요한 응급환자나 생명이 위험한 환자는 오히려 병원에서 치료를 꺼릴 것이라는 이유로 이 제도에 반대해 왔다. 포괄수가제 아래서는 제공한 의료서비스만큼 진료비를 받을 수 없어 환자를 진료할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국 환자들은 하향 평준화한 진료를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의료계 주장에 대해 복지부는 “환자상태와 질병 중증도에 따라 질환이 세분화돼 있어 의사가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제왕절개수술이라도 태아가 쌍둥이인지, 산모 건강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환자에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보이지만 의료행위가 정찰제로 운영된다는 것에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환자는 질병의 정도가 다르고 수술과정에서 난이도에 따라서 사용되는 재료도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정찰제로 묶어버리면 재료, 검사, 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고스란히 손해가 돌아간다. 입원 중에 수술부위의 감염이나 출혈 등의 합병증이 병발했을 때도 이에 대한 치료비를 병원에서 부담하게 되면 고스란히 손해를 보고 진료를 하라는 것이다.

병원들은 포괄수가제의 질병들 중 중증인 경우는 입원수술을 피하려고 할 것이고 경증인 경우만 치료 하려고 할 것이다. 환자들은 항상 병원에 오면 기다리게 되고 불친절하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이는 병원들의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인력에 대한 투자를 할 수가 없다. 병원들이 이익이 나야만 좋은 장비와 적정한 인력의 고용이 창출된다.

병원은 의사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각 분야의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돌아가 있는 기업적인 구조가 된지 오래전의 일이다. 청소위생, 냉·난방, 시설관리, 식당 등 대학병원의 인력은 약 천오백 정도 구성원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항상 바쁘고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정부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때 의료수가를 줄이려고만 하지 말고 적정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요즘 차를 타고 가다보면 길이 너무 중복적으로 투자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포괄수가제를 이야기하다가 무슨 딴소리 하느냐고 생각되겠지만 새로운 사차선 국도가 있고 예전의 이차선 도로가 있고 고속도로가 중복적으로 투자되어 교통량에 대한 고려도 없이 건설되어 길에 차가 거의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자연보호와 예산낭비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는 정부는 간접시설 투자비용을 줄이고 보건정책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국민의 건강한 삶의 질을 높이고 병원이 활성화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계속적으로 의료보험의 적자를 병원으로 돌리려 하지 말고 병원이 잘되어야 환자를 위한 장비, 시설,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려 환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 개인병원 의사도 아닌 의과대학교수가 수술한 수술료도 최근에는 삭감을 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져서 심사평가원에 대한 원망이 높아지고 환자를 열심히 보려고 하는 의욕을 꺾는 정책은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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