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그린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세월이 그린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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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항대협곡을 가다<상>

한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황산이나 장가계 등과는 달리 중국의 태항산은 아직 우리에게는 미지의 공간이다. 개발을 시작한 지 5년, 관광의 문을 연 지 2년밖에 안되어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고, 이중 10% 정도가 한국인들이다.

황산 장가계 등 중국지역의 트레킹을 선도해온 경남일보는 새로운 트레킹코스 개발을 원하는 도민들의 희망에 따라 서부경남관광협의회와 함께 수 억 년의 풍화가 빚어낸 절벽과 원시림이 살아 숨 쉬는 신비의 산 태항대협곡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우리가 흔히 어렵고 하기 힘든 일이라도 잔꾀를 부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를 쓴다. 90세에 가까운 우공이라는 사람이 생활에 불편을 주는 산을 자손만대에 걸쳐 옮기려는 모습을 보고, 옥황상제가 그 의지에 감동하여 산을 옮겨 주었다는 내용이다. 이 고사의 배경이 되는 산이 바로 태항산이다.

남북길이 600km, 동서길이 250km에 이르는 험준한 태항산맥은 중국 하남성과 산서성의 경계에 위치하여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태항협곡을 품고 있으며, 태항산(1739m), 왕망령(1655m), 구련산, 천계산 등 조물주가 빚어낸 뛰어난 절경을 숨기고 있다.

 

도화곡은 중국의 10대 계곡 중 하나로서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실습학교를 세울 정도로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매표소 옆 계곡 하류에는 이젤을 세우고 그림에 몰두하는 예비 화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빵차’라고 불리는 미니밴에 오르게 된다. 빵차를 타고 10분정도 올라 하차하면 본격적인 도화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좁은 철제 계단을 따라 이동하면 등산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황룡담이다. 오랜 세월이 절벽 사이로 빚어낸 청록색의 호수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을 잊게 할 정도로 청량한 느낌을 준다. 도화곡의 진면목을 보려면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가 최적기이다. 이때 계곡과 폭포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물줄기는 계곡의 풍광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한다.

황룡담 호수 위의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절벽에 달린 철제 계단을 따라 200여미터를 이동하여 다시 미니밴에 오른다.

이곳은 약 2시간을 걸어 왕상암까지 이동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도 있고, 새벽에 출발하여 10시간이 넘게 산행하는 등산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왕상암으로 향하는 코스다. 왕상암으로 가는 곳곳에서 원주민들이 손짓으로 인사를 건넨다. 학생 12명이 다닌다는 아담한 초등학교도 볼 수 있다. 태항산을 병풍삼아 옹기종기 모인, 흙으로 지은 민가들과 계단식 밭은 60년대 우리나라 시골풍경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게 한다.

한적한 모습이 익숙해질 때쯤 서서히 태항대협곡의 웅장함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올린 듯한 절벽은 이곳이 왜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지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천갱 전망대’와 ‘지혜문 전망대’를 거쳐 약 40분을 올라가면 드디어 왕상암에 도착한다.

 “우와…”

눈앞에 펼쳐지는 점입가경의 절경은 한순간에 보는이들을 압도한다. 최고 1,000m에 이르는 깎아지른 천길 낭떠러지와 곳곳에 솟은 산봉우리, 그리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대협곡은 감탄사만 연발하게 만들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왕상암은 3,300년 전 은나라 황제 무정과 노예 신분으로 재상까지 지낸 부열의 고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황제와 재상이 이곳에서 함께 거주했다고 해서 얻어진 지명이다.

 



왕상암에서의 절경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좁은 돌계단을 따라 하산을 하다 보면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암자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절벽길을 따라 내려가면 하산의 백미인 높이 88m의 원형 수직 계단을 만난다. 모두 326계단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32층 높이인 이 계단은 큰 원형기둥에 꽈배기 형태의 구조를 하고 있다. 첫 발을 내딛고 밑을 보는 순간의 오금이 저려오면서 엄습하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난간에 의지해 보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를 도저히 주체할 수 없다. 겨우 마음을 추슬러 계단을 내려온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볼 때마다 공포가 몰려든다.

팔딱거리는 심장을 안정시키며 평탄한 지형을 따라 걷는다. 보상을 받으려는 듯 삼림욕을 즐기며 내려온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난코스인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철제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발을 헛딛는 순간 바로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아찔한 계단을 따라 약 100m를 내려간다. 이러한 스릴만점(?)의 하산을 계속해 마침내 주차장에 도착하고서야 긴장을 풀자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고개 들어, 내려온 태항산대협곡을 올려다보니 푸르스름한 운무에 쌓여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던져주고 있다. 수 억 년의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조각품들이….

/기획홍보부/자료제공=-서부경남관광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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