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상생하는 인디언의 지혜
숲과 상생하는 인디언의 지혜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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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농학박사)
옛날에 어느 미국인이 숲을 지나다 한 인디언 부족과 만나게 되었다. 보잘것없는 도구로 어렵게 나무를 베는 인디언들을 본 그 미국인은 호의로 인디언들에게 도끼를 선물했다. 인디언들은 도끼를 써보니 나무가 잘 베어지는 것이 참으로 좋은 물건인 것 같아 미국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그 미국인은 그곳을 떠났고 훗날 그곳을 다시 지나면서 그 인디언들 생각이 나 그들을 다시 찾았다.

‘숲엔 나무가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나무를 베었을 테니까 말이지’라고 생각하며 찾았으나 그런데 웬걸, 울창한 숲은 그대로였고 인디언들은 한가롭게 숲속에서 놀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미국인에게 그 인디언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 덕분에 우리는 필요한 만큼의 나무를 더 빨리 마련하고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숲 속에서 즐겁게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문명의 이기인 도끼를 가지고 숲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숲을 가꾸어 줄 뿐만 아니라 숲과 함께 상생하는 인디언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숲에서 1차적 의식주 해결뿐만 아니라 숲 치유란 용어가 등장하였다. 숲을 ‘그린 닥터’라 하였다. 숲의 치유효과를 뒷받침하는 미국 하버드대 윌슨 교수의 바이오필리아 가설에서 자연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물질을 공급하므로 인간은 쾌적하고 만족스럽게 살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자연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들이 자연을 그리워하고 자연을 찾는 것은 본능적이고 근원적이라 하였다.

이렇게 숲과 인간이 필연적인 관계라면 숲이 주는 다양한 치유효과를 제대로 만끽하는 법을 알아보자. 숲에 들어가면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식물이라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사이드(Cide)’의 합성어로 항균·항산화·항염증 작용을 하며 말초혈관과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천식·폐 등에도 이롭다. 숲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계곡물·새소리는 리듬이 있어서 신경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부교감신경에 작용해 뇌 활동을 안정화시키기 때문이다.

숲에서 거닐고 명상하는 ‘숲 치유’는 우울증·고혈압·각종 중독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숲 치유는 고혈압 환자와 우울증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켰다. 고혈압 환자는 도시보다 숲에서 거닐 때 뇌의 알파파가 늘어나고 혈압이 정상수준으로 유지됐다. 평균 수축기 혈압이 128㎜Hg이었는데 숲을 거닌 후 119㎜Hg로 떨어졌다. 도시에선 125㎜Hg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가벼운 우울증 환자도 숲에서 심리치료를 진행한 결과 병원보다 효과가 높았다. 그렇다면 그린 닥터인 숲의 건강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복장은 공기가 잘 통하고 몸에 꽉 끼지 않는 면소재 옷을 입는다. 그리고 숲이 주는 이점을 크게 누리려면 울창한 숲을 택한다. 숲은 사계절 언제든 찾더라도 건강에 좋다. 하지만 피톤치드 발산이 가장 많은 계절은 봄과 여름이다.

숲이 깊을수록 공기 중의 오염물질은 적고 피톤치드 농도는 증가한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함유한 나무는 편백나무다. 100g당 피톤치드 함량이 겨울에 5.2㎎, 여름에 5.5㎎이다. 이어 구상나무로 겨울과 여름이 각각 3.9, 4.8㎎, 삼나무는 3.6, 4.0㎎, 화백나무는 3.1, 3.3㎎, 전나무는 2.9, 3.3㎎ 순이다. 피톤치드 발산량은 기온과 관계가 있으며 낮 12시부터 오후 2시쯤이 가장 많다. 하지만 이 시간대는 기온이 높아 땀 분비량이 많고 쉽게 지칠 수 있다. 따라서 신체부담을 줄이면서 숲을 만끽하기 좋은 시간은 오전 10시쯤이나 오후 2시쯤이다.

약 500만~700만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탄생한 인간은 숲과 더불어 살았다. 우리가 도시생활을 한 것은 최근의 일이며, 이는 결국 인간이 숲에 가면 심리적 안정을 찾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디언과 도끼의 지혜에서 배워야 한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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