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 받는 도지사, 칭찬 받는 진주시장
질책 받는 도지사, 칭찬 받는 진주시장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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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 (진주시의원)
20년 만의 첫 야권 도지사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던 경남도민이 이번엔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 맞고 말았다. 지난 8일 전남 해남에서 대권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도지사 때문이다. 지역주의를 혁파하고 경남을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던 김 전 도지사의 굳은 약속에 대한 믿음은 임기를 절반이나 남긴 상황에서 일장춘몽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경남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약속, 지사직을 중도에 그만둘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던 약속. 김두관 전 도지사는 이러한 약속을 진심으로 믿었던 순수한 경남도민을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었다. 지난 도정기간 김 전 도지사는 대선을 준비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모두 다함께’와 ‘자치분권연구소’ 사무실을 비싼 여의도에 이미 차려 놓은 상태였고, 강남에도 사무실을 열어 대권도전을 위한 사랑방으로 쓰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2년 간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서울을 오갔던 것도 대권욕심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배신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러는 사이 권력욕을 뒤로한 채 묵묵히 민심을 묻고 따르며 시정에 모든 것을 던지고 있는 칭찬받는 시장이 있다. 바로 진주시의 이창희 시장이다. 1100억원이 넘는 부채를 2년 만에 800억원 이상을 갚고 채무율 6.1%에 이르는 건전한 재정운용으로 알뜰살림의 진주시를 거듭나게 하고 있으며 또한 공공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통합적 복지시책인 ‘좋은세상’이라는 복지시책을 발굴하여 전 시민의 참여와 관심 속에 진정한 선진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니 진주시민뿐만 아니라 경남도민에게도 칭찬받아 마땅하지 아니한가.

또한 도지사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될 때에도 낭설로 일축하며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려서는 후일을 기약할 수 없다며 묵묵히 ‘행복한 시민 활기찬 진주’건설에 온몸을 불사르는 이창희 진주시장을 보면 지금의 김두관 전 도지사와는 너무나도 비교가 된다. 김 전 도지사의 사퇴가 뼈아픈 이유 또 한가지는 이번 사퇴로 지난 2년간 치적으로 포장했던 김두관표 도정운영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이다. 소통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민주도정협의회도 해체될 위기에 처했고 2010년 7월 취임 이후로 추진했던 공약사업은 9%밖에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보궐선거까지의 6개월 도정공백에 이어 새롭게 도지사까지 바뀌어 버리면 90%가 넘는 공약사업은 중단되거나 축소될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김두관의 경남도는 대권출마를 위한 선거캠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 된다.

또한 김두관 전 도지사의 사퇴와 대권출마 선언은 도민들의 마음만 헤집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남도 선관위는 올해 있을 도지사 보궐선거 비용이 무려 110억원을 넘어 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도 화가 나지만 선거비용의 재원은 국비와 도비가 반반으로 들어가고 특히 후보자의 보전비용은 전액 도비로 지출된다. 김 전 도지사 역시 2년 전 선거승리로 27억7238만원을 선거비용 보전으로 받아간 바 있으니 이렇게 되면 김 전 도지사는 대권출마를 위한 교두보로 도지사 선거를 이용해 먹고 나 몰라라 하며 130억원이 넘는 돈을 경남도민에게 모조리 뒤집어씌운 셈이다. 우리는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면 실망감에 잠을 못자긴 해도 그동안 인연을 생각해서 그 사람까지 미워하진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첫 인연부터가 거짓이었고 심지어 결과가 금전적인 손해까지 이어지게 되면 그때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배신이 되고 사기가 된다. 믿었던 무소속 도지사가 어느새 당적을 가지더니 이젠 대권출마를 위해 지사직까지 던져버리고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며 표를 구하러 다니는 구태 정치인이 되어버렸다.

김두관 전 도지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대를 지금 이 자리에 서게 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경남도민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민심에 등 돌린 사람이 어찌 표심을 구할 수 있겠는가. 섣부른 권력욕을 뒤로하고 오늘도 시정에 매진하고 있는 진주시장이 빛나보이는 건 민심에 고개를 숙이기 때문임을 김두관 전 도지사는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강길선 (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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