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洗腦)
세뇌(洗腦)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승재 (객원논설위원)
지난 2003년에 ‘미녀군단’으로 일컬어진 한민족축전에 참여한 북한응원단의 일이 새삼스럽다. 전원이 버스에 내려 거리에 걸린 현수막에 새겨진 김정일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대성통곡한 일 말이다. 당시 우리 대통령인 DJ와 함께 찍은 그 사진이다. 우리의 개념으로 보면 참으로 가당찮고 측은한 행동이지만 3대 세습까지 가능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복종과 충성심의 발로였다. 공산주의의 아류로 군주체제를 접합시킨 주체사상에 철저한 세뇌의 결과다.

▶세뇌는 ‘머리를 씻는다’는 말로 영어도 뜻 그대로 ‘brain-washing’으로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 뜻대로 조정하는 심리조작 기법의 일종이다. 유형·무형의 틀에 홀리게 만드는 이른바 임장감(臨場感)을 강화함으로써 가상세계를 믿게 하는 상징조작술로 이해되기도 한다. 사람의 본성을 흔들게 만들고 특정한 사상을 저항감 없이 수용케 한다. 당연히 탐욕에서 발원되며 그 배경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제한하는 등의 육체적 감시를 일상화하고 주위와 이웃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등의 사회적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지배자에 대한 순치를 목적으로 한다. 천륜이라는 부모자식 간의 정분 단절도 통치수단으로 세뇌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에 있었던 북한을 탈출한 한 청년의 증언이 몸서리를 치게 만든다. 수용소에서 태어나 부모의 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가족의 탈출 낌새를 신고하여 그들을 교수형과 총살형에 당하게 한 자신의 행위가 전혀 죄스럽지 못했고, 신고의 포상으로 누룽지 한 그릇을 희망했다는 사실을 토했다. 너무나 무섭다. 이런 세상에 사는 북한주민에 대한 방치는 인간적 죄악이면서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못하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 슬프기까지 하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