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륜현 (경남대 학보사 편집국장)
요즘 들어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졌다. 한다고 하는데 되는 일도 없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주위에서는 비난만 쏟아졌다. 하루하루가 짜증의 연속이었는데, 그 짜증을 풀어낼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가까운 누군가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사람이 그 상황을 풀기 위해 혼자서 여행을 갔다 왔다는 걸 알게 됐고, 나도 따라 혼자 떠나게 됐다.나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곳에서 쉽게 떠날 수 있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 어딘가 하고 생각해 봤더니 바로 부산이었다. 부산에는 고교 시절 친구도 있었고, 제대로 놀러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다 싶었다. 이렇게 아무 대책 없이 여행을 가게 된 것은 처음이다. 관광명소를 알아보지도 않았고, 떠나기 전 친구와 만날 약속을 잡은 것뿐이다.
출발하는 당일, 딱히 설렐 것 없는 여행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들뜬 기분으로 출발하는 보통의 여행과는 달리 아주 느긋하게 움직였다. 이른 저녁시간에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부산 사상터미널에 도착했다. 친구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약속이 취소되고 말았는데, 그래도 부산에 갔다. 사상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이 됐다. 기분전환이 됐던 건 둘째 날이었다. 남포동에 갔는데 깜박 졸아 두 정거장이나 지나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머쓱해 하다가 다시 지하철을 탔는데 이번에도 정거장을 지나칠 뻔했다. 마치 지하철을 처음 타는 사람인 것처럼 어수룩해서 절로 웃음이 났다.
자갈치시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골목골목에 있는 시장만의 분위기가 ‘아,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라고 느끼게 했다. 지인으로부터 얻은 지식으로 씨앗호떡도 먹고 비빔당면도 먹었다. 이렇게 쓰고 나니 결국 먹어서 스트레스가 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이 너무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데도 시장에서 어깨를 스쳐가며 지나치는 사람들이 괜히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마산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그런지 쉽게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여기서 끝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아주 많은 걸 얻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 무엇보다 나 혼자만의 속병을 풀어낸 것 같았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에는 아주 조금의 스트레스가 다시 쌓여 있긴 하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다시 여유로워진다. 나는 이제 4주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4주가 지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또다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야겠다. 기분이 좋아지는, 누군가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그런 여행을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내 다음의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서 빨리 출발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그때는 그 지역에 관련된 지식을 알아가야 한다는 반성도 하면서.
/김륜현·경남대 학보사 편집국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