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삼천포해상케이블카사업에 부쳐
사천시, 삼천포해상케이블카사업에 부쳐
  • 이웅재
  • 승인 201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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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취재2부 차장)
“발바닥, 발바닥”, 짚신 장수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언으로 남겼다. 뒤집어 살펴보니 아비가 삼은 짚신 바닥은 투덜투덜한 아들 것과는 달리 매끈히 다듬어져 있었다. 실용성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짚신 밑바닥을 보라고 왜 아비는 유언으로 남겼을까?

옛날 옛적 짚신을 삼아 시장에 내다 팔며 생계을 잇는 부자(父子)가 있었다. 한 집에서 함께 짚신을 삼아 내다 파는데도 항상 아버지의 짚신이 비싸게 먼저 팔렸다. 아들은 그때마다 이유를 물었지만 아비는 말이 없다. 세월이 흘러 노쇠한 아비가 임종을 맞았다. 아비는 자식을 곁으로 불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발바닥 발바닥’ 이 한마디를 남기고 숨졌다. 1980년대 중반 한 교수는 마아케팅 수업에서 ‘잘 팔리는 상품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며 이 일화를 소개해 갈채를 받았다. 이 가르침은 수십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명품 보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2012년 6월 26일은 사천시에 기념비적인 날이다. 이날 환경부는 ‘삼천포해상케이블카(가칭) 설치사업’의 가장 큰 관문인 공원계획변경계획을 승인, 사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온 삼천포해상케이블카 사업의 빗장(규제)을 풀어 주었다.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등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절호의 기회를 맞은 사천시의 삼천포해상케이블카 사업은 사천시 동서동 각산에서 초양도 간 길이 2.49㎞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4월 경남도의 모자이크 프로젝트 사업에 응모해 환경부 승인을 조건으로 도비 200억원을 확보하면서 인근 지자체인 남해와 통영, 거제를 따돌리고 ‘해상권 케이블카 사업’의 단독추진 명분과 실리를 획득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된다. 사천시는 도시계획 시설결정,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고 밝히고 전국 최초 해상 케이블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자상품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베트남 난짱시의 빈펄랜드, 중국 허베이의 친왕따오, 홍콩 란타우, 미국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센토사 등 다섯개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설치되는 삼천포해상케이블카의 무한한 상품가치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이 사업은 2014년 3월 착공에 들어가 2016년 완공할 예정이다. 사천시의 빈약한 관광 인프라를 볼 때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시간이 넉넉치 않다. ‘남만큼 해서는 절대로 남보다 더 잘 될 수 없다’는 말처럼 사천시의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관광산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관광산업은 살아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호불호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지금의 상상력으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미래에 소용되는 자원을 만드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평가받는다. 평가가 미흡하다고 다시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지금의 눈높이가 국제화를 지향해도 완공 때 국제화를 실현했다고 평가 받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사천시의 경우 빈약한 관광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조망해 보는 단독상품 가치로는 한계가 있다. 교통과 음식, 숙박, 연계관광상품 개발 등 할일이 태산이다.

사천시는 ‘삼천포해상케이블카사업’에 있어 정류장이 들어서는 초양과 각산의 교통난을 예상하고, 삼천포대교공원의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제한된 공간과 막대한 투자비 등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보지만 만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최근 관광추세는 소규모가 대세다. 관광객의 개별성과 독자성을 존중한다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을 주차장에 모아 출발시킨다는 구상은 획일적 발상에 불과하다. 이동을 이동으로만 보는 단편적 시각이 아닌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종합적 사고를 도입해 보면 어떤 해법이 나올까. 유인선을 통한 우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첨단시대에 필요하다면 실안관광지에서 모노레일을 깔고 청룡열차인들 운행 못할 까닭이 없다. 마침 수만평의 실안관광지가 임자를 기다리며 비어 있다. 현실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일 상품이 시장에서 차별 대우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신장수가 남긴 유언에서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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