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며칠 전 신문에 부부싸움 후 푸는 방법에 대해 남녀의 차이가 있음을 다룬 흥미 있는 기사가 실렸다. 사실 부부싸움 해법은 결혼생활을 하는 모든 부부의 화두이기도 하므로 이 기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당연하다. 내용인 즉 재혼전문 사이트가 결혼정보회사와 공동으로 돌싱(결혼 후 이혼으로 인해 돌아온 싱글)남녀 510명을 대상으로 ‘부부싸움 후 스킨십의 효과’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7%가 ‘효과가 크다’고 대답한 반면 여성은 ‘문제만 키운다’(42.0%)거나 ‘별로 효과 없다’(21.1%)는 부정적인 대답이 과반수가 넘었다(63.1%). 즉 여성 36.9% 만이 ‘효과가 크다’고 대답해 ‘부부싸움 후 스킨십의 효과’에 대해 남녀 간에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또 부부가 토라진 배우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용하는 방법도 남녀 간에 차이가 컸다. 남성은 아내와 화해를 시도하는 비중이 ‘외식을 통해서(29.0%)’가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사과한다’(23.1%), ‘스킨십’(19.2%), ‘시간이 약’(15.7%), ‘선물’(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여성은 남편과 화해를 시도하는 비중이 ‘시간이 약’(28.2%)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맛있는 요리’(21.2%), ‘시댁에 호의 베풀기’(16.5%), ‘스킨십’(13.3%), ‘사과’(11.8%) 순으로 나타났다.
이 두 결과에서 보는 것처럼 부부로 사는 남성과 여성은 ‘부부싸움의 화해방법’에 있어서도 판이하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각자의 생각대로 밀어붙인다면 화해시도가 또 다른 부부싸움을 일으키게 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도 부부싸움 후 화해를 할 때, 남성은 스킨십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정작 여성들은 그것이 문제만 더 키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차이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효과적인 대처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혼생활에서 부부싸움은 필연적으로 있기 마련이고, 반드시 화가 동반된다. 그러나 화 그 자체가 진정한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를 안내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 화를 잘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각자의 방식대로 다룬다. 어떤 부부는 화 그 자체를 부정하는데, 이는 분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고통도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분노를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다가 배우자와 논쟁할 때 방어적이 되거나 폭발하게 된다.
부부가 서로에게 비난과 적개심을 가지게 되면 쓸데없이 되풀이되는 논쟁에 빠져 어떤 부부들은 자신은 옳고 배우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가치 없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때 상대 배우자는 당연히 상처를 입을 것이다. 어떤 부부는 끝나지 않는 다툼이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나 어떻게 그 궁지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부부도 많다.
결혼생활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르게 화를 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 첫 단계는 화가 나고 약이 오르게 하는 상대 배우자의 행동이나 모습을 서로 인식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직접적인 화의 감정을 인식하고 배우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부부싸움에서 화나 분개의 욕구를 감추는 것은 부부사이의 경고의 표시가 될 수 있다. 남편과 아내는 그들의 화나 분개의 욕구를 정확하게 표현함으로써 부부 모두가 자존감을 갖게 되고 또한 결혼생활을 공고히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부부싸움을 할 때 화를 감추지 말고 서로의 어떤 의견차이로 어떤 화나는 감정이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화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우아하게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면 어떨까.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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