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시인
매운 꽃을 아시나요화왕산 관룡산 아래 다천 산방 그 아래
흐르는 냇물을 일제히 밀어 올리는 지독한 꽃
웅얼웅얼 속앓이가 터지다 멈춘 듯
온몸 뒤덮인 열꽃
뭉툭하게 솟아 제 살 깎는 매운 날 끝으로
동행한 비도 몰아세우고
첫 수확 끝난 옥천 들판
매운맛 본지 한두해 아니지만
어디 덕 보려고 자식 키우든가
가슴 속 암 덩이를 하얗게 피어 올려
또 한 번 세상에 속는
매운 꽃을 아시나요
작품해설-철저히 독한 것만 남았다, 매운 세상살이 균열의 그 끝에 꽃으로 끌어 올렸다. 땅 심속에서 비집고 키웠던 몸집, 하얀 슬픔으로 게워놓고 아프게 흔들리고 있다. 흐드러지게 비오는 날 그냥 눈물이 있고 싶은 날, 그 양파 밭에 가 볼일이다. (진주문협회장 주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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