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작품이 변기라고?
이 아름다운 작품이 변기라고?
  • 강민중
  • 승인 201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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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빌마빌라베르데 도자조각展
▲=빌마빌라베르데 작품 ‘Adolesente’
수줍은 듯이 악기를 쥐고 있는 소녀상. 그 부드럽고 유연한 여성의 몸을 흐르는 선을 따라 움직이던 시선이 일순간 멈칫한다.

그것이 화장실에서 우리가 매일 만나고 있는 세면기 혹은 변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때, 관람객은 도자예술을 산업 오브제라는 다른 장르와 연관하여 감상하는 열린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올해 네 번째 특별전으로 아르헨티나(Argentina) 유명 조각가이자 세계적인 도예가인 빌마 빌라베르데(Vilma Villaverde, 1947)의 전시를 오는 20일부터 11월 11일까지 큐빅하우스 제5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1년 비지팅 아티스트 프로그램으로 초대된 그녀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3주 동안 제작한 신작 여덟 점과 함께 198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까지 그녀의 작품세계와 작품경향의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전시다.

빌마 빌라베르데는 현재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도예작가로, 일흔이 넘는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 경향은 크게, 작품제작에 있어 산업오브제인 위생도기의 사용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 전시는 이러한 두 경향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원래 회화전공이었던 그녀가 도자작업을 선택한 후 초기 작품들은 사진 속의 인물들을 3차원 공간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두 소녀가 턱을 괴고 난간에 기대어 있는 모습의 ‘Generations’,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무언가를 응시하는 소녀상‘Maitena’은 작가의 주변 인물들의 사진 속 모습을 실제의 공간에 입체적으로 재현해놓은 것이다.

이는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사실주의적 표현과 함께 인물의 성격과 심리묘사 또한 돋보이게 한다.

“어느 날, 작업실 바닥에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비데가 여자의 코르셋(corset)처럼 보이기 전까지는 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날 이후 내가 단연코 해야만 하는 것은 그 비데를 이용하여 여성의 인체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평면 속 이미지(인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현실 공간에 형상으로 재구성하던 그녀의 작업방식은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비데를 작품제작에 이용하면서부터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비대에서 우연히 코르셋을 떠올렸고 그것의 윗부분에 여성의 가슴과 머리, 아랫부분에는 다리를 만들어 하나의 온전한 상(像)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1987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위생도기와 결합된 도자조각 작업 이후 이를 기점으로 위생도기들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사용했는데, 전시장에는 ‘Adolesente’와 ‘Musician Girl’과 같이 여성의 신체 일부분이 위생도기로 대체된 다수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난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내 세라믹창작센터의 비지팅아티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최근작 8점에서는 인체의 과감한 생략과 유머러스한 표현들이 극대화되는 등 초현실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으며, 미술관 현장에서 작가가 직접 제작해 선보인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시를 담당한 김승택 학예사는 “공장에서 찍어낸 위생도기 제품을 작품에 비중있게 사용함으로써 이전의 작업들과 확연한 차별성을 지니며 형식과 내용 측면 모두에서 전통적인 도자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그녀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작가가 도자를 선택하고 나서 만든 80년대 초기 작품들과 오브제를 사용해 만든 주요 작품 등 시기별로 특징 있는 작품으로 구성하여 작업의 변천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그녀의 삶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시오픈식은 20일 오후 5시에 열리며 2일 오후 2시30분에는 작가의 특별강연도 마련된다.

문의전시기획팀 055-340-7006

강민중기자 jung@gnnews.co.kr

사진설명=빌마빌라베르데 작품‘Generations’,

‘Adolesente’

‘F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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