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바 싸움
샅바 싸움
  • 경남일보
  • 승인 2012.07.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사람들 사이에 샅바싸움이 국가간에도 존재한다. 한 개인의 삶이나 한 국가 공동체의 삶이나 그 이치나 본질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 일맥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한 개인의 삶에 소용되는 모든 것들이 제대로 작동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의 존재감은 구성원 삶의 정신과 물질의 확대에서 읽혀지는 것이다. 국가는 구성원 삶의 터전인 공간 즉 영토보전을 잘해야 하고, 공간의 시간적 흐름과 그 과정에서의 국가 정체성을 지켜 나가야 한다. 함석헌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지난 2000년 동안 한반도가 겪은 전란이 약 100회, 그 중에 외국침략으로 인한 전란은 약 60회, 그 중 전국이 철저하게 초토화되고 유린당한 전란이 약 30회라고 적고 있다. 이의 궁극적 함축은 국력이다.

국력은 정체의 개념이 아니라 바깥으로의 분출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관찰된 모든 국가행위의 대외적 행태는 끊임없는 확장이다. 그 확장은 국가 정치환경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리고 향후 타(他)국과 있을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간파, 준비하고 현실에서 그것을 위한 명분과 주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과 세계 G2를 구성하고 있는 중국은 일본,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한국과 국가 영토적 공간개념의 확대와 고수라는 샅바싸움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 역사 우기기 일본보다 더해

중국은 중국의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으로 편입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넘어 고조선, 부여 등 고대사까지 자기네 역사공간으로의 포함을 의도하고 있다.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 동북공정의 주도기관을 중국정부 직속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변방사지연구 중심에서 동북 3성인 지린(吉林)성, 랴오닝성,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지방정부로 바꾸고 역사왜곡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고구려와 부여 등의 청동기문화를 자기들의 논리로 각색한 박물관을 조성해 역사 대중화에 나서고 만리장성으로 이어가고 있다. 만리장성은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거대한 성이고, 동서 전체길이는 6300여 km라는 것이 중국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우리 문화재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문물국은 최근 만리장성의 총길이를 2만1196.18km라고 공식발표하고 있다. 이는 2009년 8851.8km, 이번 발표로 4년 사이에 길이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주장에 함축돼 있는 의미는 만리장성이 고구려, 발해영토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까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공식화하고, 이를 통한 과거 역사적 공간확대를 의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외부 적을 막기 위해 쌓았던 만리장성 안에 적대국이었던 고구려가 중국에 대항해 쌓은 산성을 포함시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문적 근거를 갖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역사편찬을 ‘공정’이나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삶과 체취 그리고 전유물인 줄 알고 있었는데 중국은 이를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 향후 있을 수 있는 국가운영에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그게 역사가 되고, 향후 자기네 주장의 근거가 된다. 일단 이러한 중국의 정치의도는 전략지역인 동북지역, 특히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토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령하고 있다고 배운 일본 청소년 층을 상대로 한 인터뷰를 보면 한국의 독도 불법점령을 성토하고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독도를 미래 불씨의 문제로 지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사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이 없고, 미래 국가적 확장 삶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독도를 두고 전혀 상반된 교육을 받고 성장한 한국과 일본의 미래세대는 어떤 접점을 찾을까? 국제역학관계에서 선점의 주체에 변동이 있을 수는 있으나 해결될 수 없는 미제의 성격이 짙다. 그래도 우리는 미래 국가적 삶 영역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역사, 후손의 삶 위축시켜서는 안돼

역사적 대응논리 개발과 발굴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수정요구를 관련 당사국에 꾸준히 제기해야 하고, 국민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역량과 자질을 추출하고 결집해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국력은 부국강병과 함께 정치·경제·문화·도덕 등 모든 국가활동에 걸친 남다른 장인적(匠人的) 역량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