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법
부러진 법
  • 경남일보
  • 승인 201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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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철 (한국국제대학교 홍보실장)
요즘 법(法)을 소재로 하거나 법과 연관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그 재미라는 것이 때로는 충격과 분노로 귀결되기에 그 여운이 더 오래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법은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미사여구에 대응해 ‘법은 쓰레기’, ‘이게 재판이냐, 개판이지’라는 식으로 낯 뜨거운 수사들을 마구 토해내며 법을 조롱하고 관객들을 자극한다. 그리고 화살의 궤적은 정확히 사법기관의 권위와 법의 권능을 관통하면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빼어난 알레고리를 보여준다.

각색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제작비 5억원의 영화가 346만여 관객을 동원하면서 논란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반 국민이 사법부의 판결과 법 집행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의구심과 불신의 정서를 그대로 방증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관객들은 법에 대한 가장 유명한 경구인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와 ‘유전무죄, 무전유죄’에서 혼란에 빠지고,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는 법의 모습에 공분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법에 대해 많은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 행정가, 법률가의 사회적 지위는 일반 국민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영화 ‘도가니’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 초 영화 ‘부러진 화살’ 그리고 최근에 드라마 ‘추적자’에 비춰진 법은 범부의 입장에서 보면 ‘법의 정의(定義)가 정의(正義)가 아니라 폭력’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실제 ‘법 없이 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라는 우문(愚問)에서 보면 ‘법은 곧 폭력이다’는 명제는 참이 되고, ‘악법도 법이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 명제와 논리가 법의 속성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겠지만, 문제는 그 속성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속성이 아닌 법의 관점과 적용,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는 국민이 읽고 이해하는 법과 법원이 보는 법이 다르다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법이 일반 국민과 호흡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도 전달한다. 그리하여 관객들은 신성 불가침으로 여기던 법에 맞서는 주인공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솔로몬과 포청천, 정약용과 같은 명판관을 추앙하면서 제헌절이 공휴일이 되는 위상제고를 학수고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드라마적 요소를 떠나 분명한 것은 법치는 싫든 좋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며, 법은 국회에서 만들고, 집행은 행정부가, 해석과 판단은 사법부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법의 적용대상은 일반 국민이라는 것이다. 배심원을 통한 국민재판제도도 여기서 기인한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한다.

방성철 (한국국제대학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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