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의 독법
'예기'의 독법
  • 경남일보
  • 승인 2012.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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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의 중국고전 산책>
‘예기’를 읽는 사람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고대 예학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요, 둘째는 유가의 학술사상사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요, 셋째는 상식과 수양에 응용함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이제 그것을 나누어서 ‘예기’의 독법을 약술하려고 한다.

‘예기’는 ‘의례(儀禮)’를 해석한 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따라서 반드시 ‘의례’와 함께 읽어야 한다. ‘주례’는 늦게 나온 책으로써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니 절대로 ‘주례’를 인용해서 ‘예기’를 해석하거나 ‘예기’를 논란함으로써 계통을 문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예기’는 잡다한 내용의 한 총서이니 이것을 체계 있게 정리하려면 따로 분류 찬초해 비교 연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략 당의 위징(魏徵)의 ‘유례(類禮)’, 원의 오징(吳澄)의 ‘예기찬언(禮記纂言)’, 청(淸)의 강영(江永)의 ‘예서강목’의 예와 같이 하는 것이다. 이 총서가 결코 한 사람, 한 시대에서 나온 저작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그 속에는 각기 자기들이 견문한 것을 기술하였으므로 주장이 자연 모순되는 점이 있는 것을 면치 못한다. 그러므로 쓰여진 글대로 뜻을 찾아나갈 것이며 이동이 있더라도 그대로 남겨 둘 것이지 결코 억지로 수미일관하게 뜻이 통하도록 하려고 하여 엉뚱한 착오를 새로이 낳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유가의 학술사상사의 연구를 목적으로 해서 ‘예기’를 읽는 이는 대체로 내가 전단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를 연구범위로 삼아야 할 것이니 유가의 예에 대한 관념, 유가의 예절에 대한 태도 및 그 결과에 관한 논쟁, 유가의 이상적 예치주의와 그 제도, 예교와 철학 등으로 먼저 몇 가지 부문과 항목을 뽑아서 전서를 조감하여 그 자료를 종합분석하면 그 시대의 1학파의 참모습을 보는 데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상식 또는 수양에 응용함을 목적으로 ‘예기’를 읽는 이는 ‘소대기’ 49편은 당대 이래로 ‘대경(大經)’이라고 호칭됐고 명대 이래로는 5경의 하나를 차지해서 널리 송습됨이 시경·서경에 다음가는 것이 되었으므로 국민상식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이며 그 중의 정수한 어구들은 심신수양에 도움이 되고 사물에 응접하여 처리하는 데에 소용됨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보배롭게 읽어야 하거니와 다만 그 책이 너무 번중하고 무미건조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전부 다 읽기 어려우니 내가 참망을 무릅쓰고 ‘예기’를 읽고자 하는 이를 위해 그 중요성의 등차를 매겨 보면 다음과 같다.

▲제1등 ‘대학’, ‘중용’, ‘학기’, ‘악기’, ‘예운’, ‘왕제’ ▲제2등 ‘경해’, ‘방기’, ‘상기’, ‘치의’, ‘유행’, ‘대전’, ‘예기’의 일부분, ‘제의’의 일부분 ▲제3등 ‘곡례’의 일부분‘월령’, ‘단궁’의 일부분 ▲제 4등 기타 전문가들은 제 1등 제편을 정독하고 제2, 3등은 간간이 따서 읽고 제4등은 안 읽어도 좋을 것이다.

‘예기’의 주석서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직 정현의 주(注)와 공영달의 소(疏)보다 나은 것이 없다. 만일 전문연구가가 아닐 때에는 먼저 원문을 읽고 해석이 안 되면 주와 소를 참고함이 좋을 것이다. 만일 예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려고 한다면 천대에 3례(주례, 의례, 예기)에 관한 양서가 매우 많으나 일일이 들지 않는다.

/강신웅 (한국국제대 국제한국어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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