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잡담
야구 잡담
  • 경남일보
  • 승인 2012.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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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철 (한국국제대학교 홍보실장)
어릴 적 친구들과 야구를 하며 뛰놀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농촌에서는 야구 글러브나 배트가 워낙 귀한 시절이어서 비료포대를 접어서 글러브를 대신했고, 배트는 빨래방망이나 각목으로, 장터나 하천 옆 공터, 성당 마당이 야구장이 되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야구는 애정과 애착을 넘어 집착으로 진화했다. 30년 전, 어머니와 시험성적 내기를 하고 나름의 단식투쟁(?)까지 동원하면서 조르고 졸라 시내 체육복사에서 프로팀 유니폼을 주문 제작했다. 당시 쌀 한가마니 값과 맞먹는 큰돈을 들였으니, 그리 넉넉지 못한 살림으로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효의 후회가 막급하다.

요즘에는 야구팀 모자나 선수용 저지(jersey), 재킷을 입은 야구팬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의 유니폼은 부잣집 친구들이나 가졌던 윌슨이나 롤링스 제품의 글러브나 알루미늄 배트를 능가하는 최고의 아이템으로 부러움과 시기를 한몸에 받았다. 프로야구 선수 유니폼을 입고 비료포대 글러브와 빨래방망이로 야구를 했으니, 그 과잉의 하모니와 오버액션은 아직도 부끄럽게 기억을 후려친다.

정확하게 야구를 언제부터, 왜 좋아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야구에 대한 집착은 더욱 견고해지고 부작용도 심각하다. 이제 친구들은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가족들도 아예 나들이나 외식을 포기했다. 직장에서도 회식을 하더라도 야구경기가 없는 날로 배려(?)를 한다.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어쩌다 야구 때문에 이런 ‘공공의 적’이 되었나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날그날의 기분은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승패와 성적에 따라 좌우된다. 이제 기분이라는 것은 야구로만 관계하는 것이다. 또한 평균 3시간이 넘는 중계를 보느라 우리 가족내력에도 없는 비만이 찾아들고 성인병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순간순간의 탄식과 희열에 소주병이 쌓이면서 알코올 중독도 엄습한다. 이쯤 되면 야구와의 관계는 위험수준이 분명하다. 물론 순기능도 있겠지만….

아무튼 프로야구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9회까지 진행된다. 시간제한, 즉 타임오버가 없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시간제한이 없고 야구처럼 길게 보고 가야 하는 9회의 경기라면, 우리는 몇 회를 지나고 있을까. 또 위기와 기회는 얼마나 남았을까. 온갖 잡념이 스친다.

올해도 프로야구는 사상 최다 관중몰이를 하면서 벌써 페넌트레이스의 반환점을 돌았다. 팀순위 다툼도, 선수들 간의 기록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오늘도 고맙게도 친구들의 연락은 없고 머릿속엔 오늘 경기의 정보가 가득 뒤엉켜 있다. 또 스포츠채널은 고정돼야 할 것 같다.

방성철 (한국국제대학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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