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프리와 맞장 뜰 브랜드 키울 것”
“제스프리와 맞장 뜰 브랜드 키울 것”
  • 강진성
  • 승인 201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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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 성공스토리]참다래 영길농장 장영길 대표

 

골드키위 농장을 하는 장영길씨는 사천 이홀동에서 대규모로 경작하고 있다. 한해 생산량이 30톤 가량이니 소위 먹고 살만한 농가다. 86년 지역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일찍 참다래를 시작해 26년째 농사를 짓고 있으니 눈감고도 키울만큼 베테랑이다.

83년 부친이 작고하자 논을 갈아업고 참다래를 심었다. 생소한 과일을 심다보니 동네에서 이상한 사람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씨가 쌀농사 대신 참다래를 선택한 것은 미래에 각광받을 작물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시엔 시중에서 참다래를 구경하는 것 조차 힘들었다. 고소득층이나 변비환자가 주 고객이었다.

참다래 재배 7년 만인 93년 농산물품질관리소(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질인증 마크를 사천지역 최초로 획득했다. 2001년부터 저농약 재배를 시작으로 유기재배에 들어가 4년 만인 2005년에는 무농약인증을 받았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200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 참가한 그는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과일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내로 돌아오자마자 골드키위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뉴질랜드 제스프리사가 2004년 부터 제주에서 100㏊에 한해 재배된 제스프리골드가 전부였다. 접순분양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비슷한 시기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토종골드키위 품종인 ‘제시골드’를 제주에서 시험재배한다는 소식을 듣고 묘목분양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주 외에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거절당했다.

장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참여정부시절 장관이었던 박홍수 농림부 장관(남해출신. 2008년 작고)에게 이메일을 띄우고 만났다. 박 장관에게 내륙에서도 제시골드를 키울 수 있게 해달라는 끈질긴 요청 끝에 묘목을 손을 쥘 수 있었다. 그렇게 장씨는 제주를 제외한 국내 첫 제시골드 농가가 되었다.

참다래 인기가 높아지자 과수원도 커졌다. 86년 첫해 2000㎡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2만㎡로 10배가 늘었다.

해마다 없어서 못팔다 보니 판로 걱정도 없다. 그냥 이대로 농사지으며 유유자적하게 시골생활을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장씨에게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 참다래를 대표할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미국의 ‘델몬트’, ‘선키스트’ 등 대규모 유통회사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우리 참다래는 계란으로 바위치는 싸움을 하고 있다.

장씨는 농가마다 제각각인 맛이 제일 걱정이다. “제스프리는 생산자가 달라도 맛이 일정해서 믿고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농가는 집마다 맛이 달라요. 관리가 안되다보니 어떤건 맛있고 어떤건 맛없기도 하죠.” 장씨는 국내산 참다래가 맛이 다르다보니 다른농가에도 불똥이 튄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맛없는 참다래를 먹게 되면 국내산은 맛이 없다고 생각해 버려요. 그래서 돈을 더주고 제스프리를 찾게 됩니다. 전국 어디서 사던 맛이 똑같거든요.”

장씨는 자신이 키운 참다래에 대해선 자부심이 크다. 당도 10bx이상일때 수확하기 때문에 어떤 것과도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 장씨는 “국산참다래도 매뉴얼대로 키우고 적정 당도에 올랐을때 수확하면 맛이 좋다”며 “하지만 일부농가가 공급량 맞추느라 덜익은걸 유통시킨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제스프리에 대항할 한국 브랜드 개발이다. 이대로 가다간 국산 참다래가 없어질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때문이다. 전국참다래생산자영농조합과 한국골드키위생산자연합회장직을 맡고 있기에 더 간절하다.

사실 지난해 ‘남쪽햇살’이라는 국내산 친환경 골드키위 상표를 개발해 대형마트를 찾아갔지만 퇴짜 맞았다. 균일한 맛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모든 농가가 제대로 익은 참다래를 공급해야 가능한데 장담할 수 없었다. 연합회 회장이라곤 하지만 농가에 명령할 수도 없고 관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공동브랜드 도입이 실패하자 자신이 생산한 제품에만 남쪽햇살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제주에서 재배되고 있는 제스프리골드는 제스프리사의 관리하에 수확하고 유통된다. 대신 로얄티 25%(한해 35억원 정도)를 가져간다. 장씨는 “국내산 골드키위를 살리는 일은 우리농가가 사는 길이기도 하지만 외화낭비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뉴질랜드, 칠레산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올해부턴 이탈리아에서도 들어온다. 이탈리아산 참다래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국내생산량이 1만2000톤인데 반해 소비량이 4배가 넘는 5만4000톤이다 보니 외국계 유통회사들의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우리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장씨가 여유 부릴시간이 없다. 그는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10년 뒤엔 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올해 다시 ‘남쪽햇살’도입을 시도한다. 상생하자며 농가마다 다시 설득할 예정이다. 당장엔 귀찮을지 몰라도 이길이 국내농가가 살 길이라는 확신에서다.

장씨는 “우리 참다래가 살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것이 첫째”라고 말한다. 농가는 달라도 똑같은 맛이 보장돼야 브랜드를 믿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품종인 제시골드, 한라골드 등은 뉴질랜드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강조한다. 장씨는 앞으로 5년내 남쪽햇살 브랜드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균일한 맛을 유지하면 국내생존을 넘어 수출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26년 전 손가락질 받으며 참다래를 선택했듯이 공동브랜드에 대한 장씨의 의지가 확고하다. “두고보십시오. 제스프리와 맞장 뜰 브랜드로 키울테니깐요.”

참다래 및 공동브랜드 문의는 전화 (010-3879-9313)로 하면 된다.

강진성기자·정원경인턴기자

사진설명=사천 영길농장 장영길 대표는 국내산 골드키위 품종인 제시골드를 재배하고 있다. 우리농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뉴질랜드 제스프리에 대적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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