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가(家)의 친인척 비리, 근절방안은 없는가
대통령가(家)의 친인척 비리, 근절방안은 없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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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막스 베버는 ‘권력은 상대방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법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서는 권력은 월권이며 위법이다. 권력이 권한 밖의 일까지 하게 되거나 합법의 범주안에 있지 않는 한 비리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절대 권력이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헌정사는 ‘대통령제’라는 절대 권력을 용인했고,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됨으로써 권력형 비리와 부정을 양산해 왔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제 개헌 이후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대 대통령들의 권력형 친·인척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존경받아야 할 전(현)직 대통령들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수치이며 국민전체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친·인척 비리

현 정권에서는 초기부터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가 국회의원 공천대가라며 30억 원을 받은 사건이 터지더니 대통령의 처사촌이 불법대출 혐의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4억2000만원을 받아 구속된데 이어 대통령 손위 동서가 같은 은행에서 3년간 고문으로 일하면서 매월 1000만원씩 수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여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어 왔다. 전두환 정권에선 대통령의 큰형 기환씨가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로 구속됐다. 동생인 경환씨도 새마을운동본부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공금 7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후임 정부 출범 직후 기소되었다. 사촌형 순환씨, 사촌동생 우환씨, 처남인 이창석씨도 뇌물수수, 탈세, 횡령 등으로 모두 구속되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촌처남 박철언씨도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금품 6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친·인척 정치금지’ 원칙을 천명했다. 당선된 직후 친·인척 수십 명을 모아 “돈 싸들고 접근하는 X파리들을 조심하라. 단돈 100원만 받아도 구속시킬 것” 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두양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이권 청탁과 함께 금품 30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통령 친·인척 부당행위 금지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친가는 8촌까지, 외가는 4촌까지 관리했다. 그러나 정작 김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돼 모두 법정에 섰다. 장남 홍일씨는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고, 차남 홍업씨는 이권 청탁을 대가로 25억 원을 받아 구속됐다. 삼남 홍걸씨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산하에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 감찰반까지 설치했지만 친형 건평씨는 세종증권 인수청탁을 대가로 30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00만달러를 청와대 관저에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검찰조사를 받고 뒤이어 2009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력의 분산과 제도적 감시시스템 필요

참으로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권마다 거듭되는 불행한 사태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우리나라와 같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권력의 속성상 친·인척이 최고권력으로 통하는 로비창구가 되기 쉽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분산되는 ‘권력구조의 실질적인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친·인척을 관리하느냐도 관건이다. 그리고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 친·인척 비리에 관해서는 특별 감찰기구와 상설 특검제도를 도입하고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언제든지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경쟁적 감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권력형 친·인척 비리에 관한 한 대통령가(家)의 불행을 막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권력의 실질적 분산과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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