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죽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
'만남' '죽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
  • 강민중
  • 승인 2012.07.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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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연극제 공연 리뷰

영국 신체극 극단 케이크트리(Caketree Theatre)가 거창국제연극제에 참가해 28일과 29일 공연을 가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랑을 원한다”

영국 극단 ‘케이크트리’ 야외연극의 진수 선봬


케이크트리(Caketree Theatre)는 올해 영국에서 결성된 신체극 극단으로 영국, 한국, 독일, 그리스, 싸이프러스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극단이다.

대학원에서 처음 만나 극단을 만들었다는 이들은 이번 제24회 거창국제연극제가 한국에서는 첫 공연이다.

극단 케이크트리는 지난 28일 ‘이프온리’(If Only)라는 공연을 수승대 태양극장에서 했고, 29일은 ‘국경을넘어’(Across the Border)를 연기했다. 같은 극단에서 만들어진 연극이지만 각각의 주제는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다. ‘이프온리’는 크게 ‘만남’이라는 주제로 어느 세대가 공감 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뤄졌고, ‘국경을 넘어’는 다소 무거운 주제인 ‘죽음’에 ‘사랑’이라는 조미료를 첨가하여 조금은 유쾌하게 그려냈다.

이들은 거창국제연극제에 이전에는 영국 케임브릿지(Cambridge)에서 열린 여름 음악축제‘시크릿 가든 파티(Secret Garden Party)’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프온리’는 ‘만남’이라는 주제로 어느 세대가 공감 할 수 있는 내용이다.



‘1930년대 영국행 기차를 탄 백설공주’

▲‘이프온리’(If Only)


올해 처음 생긴 영국 신체극 극단 ‘케이크 트리’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동화 속 주인공인 ‘백설공주’를 1930년대로 불러들였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색적인 동화 속 이야기를 7월 28일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 태양극장에서 ‘이프온리’란 제목으로 보여줬다.

이 작품은 백설공주, 백설공주의 어머니, 백설공주의 아버지, 왕자로 구성된 네 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 네 사람은 각각 가방을 들고 무대 중앙으로 등장하고 백설공주의 빨간 구두를 서로 차지하려고 술래잡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암전되고 다시 밝아지면서 1930년대 영국으로 빨려 들어간다.

기존 동화는 단편적 성격을 가진 인물들만 등장했다면, ‘이프온리’의 주인공들은 캐릭터 성격이 변모해가는 입체적인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백설공주는 마냥 수줍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작은 동굴에 들어가기 위해 바닥을 기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인상 깊었던 점은, 단순한 도구를 사용해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관객과 호흡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무언극이라 대사는 없지만, 카드에 대사를 써서 마치 1930년대 흑백영화에서 무성영화카드를 보여준 것과 같은 장치를 사용했다. 또한 검은 우산을 사용해 자동차 바퀴를 표현한 장면, 멀리 도망치라는 하인의 말에 사다리를 이용해 공중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야외극장을 매우 자유롭게 활용했던 점이 눈길을 끌었다. 숲으로 도망친 공주는 실제 무대 뒤 야외 숲을 뛰는 장면을 연출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연극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극 전반에 흐르는 재즈 음악은 전부 실제 1930년대에 나왔던 음악이다.

가방하나를 들고 1930년대 행 기차를 타고 떠난 공주. 비록 무언극이었지만 네 명의 배우들은 최대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사용했다. 사방이 막힌 실내극장이 아니라 하늘과 가깝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함께 웃어주고 호응을 해주는 등 관객의 반응이 활발했다.

‘이프온리’의 연극은 대중들 누구나 아는 소재와 최소한의 도구를 사용해 누구나 쉽게, 그리고 가볍게 볼 수 있다. 휴가차 거창 수승대로 오는 관람객들에게 복잡하고 난해한 표현이나 대사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저녁, 계곡 바위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신 후 오는 청량감 같은 연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프온리’는 무더운 여름,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전해주기 충분했다.

 ‘국경을 넘어’는 ‘죽음’에 ‘사랑’이라는 조미료를 첨가해 유쾌하게 그려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죽음, 그리고 사랑’

▲‘국경을 넘어’(Across the Border)


‘국경을 넘어’(Across the Border)에는 총 다섯 명의 배우들이 나온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지만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죽음을 관리하는 부서’에 한 여자는 죽을 사람들의 번호를 읽고 신상명세서를 꺼내주고, 다른 여자는 그 사람의 명줄의 길이를 재고, 그 명줄을 자르는 역할을 맡은 세 번째 여자가 있고, 마지막으로 죽음을 처리한 사람의 신상명세서를 세절하는 여자, 네 명이 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여자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인 한 남자 줄리안. 이렇게 총 다섯 명의 배우들이 무대를 알차게 꾸며준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영생을 얻게 되면 그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일일까? 죽음은 멈추었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일부 연극에서는 무겁게 다뤄졌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는 ‘사랑’을 통해 죽음을 한층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내어 관객들에게 일류 모든 사람의 염원인 영원한 삶에 대해 ‘영생이란 과연 행복한 것일까’를 자문하게 만들어 준다.

‘사랑’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살인마’와 같은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죽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죽음을 그저 일상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일을 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사랑’이 주위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다국어 극으로 주로 영어가 사용됐지만 그리스어, 이태리어, 독일어 등도 사용됐다. 하지만 자막이 따로 나오기 때문에 극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배우들은 많은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소품을 이용해 움직여 장면을 바꾸고, 사랑, 죽음을 춤으로써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관람객들에게 흥미를 불러오고 극의 연결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한 그들은 최대한 야외극장의 장점을 활용했다. 죽기 위해 국경을 넘는 장면을 무대 뒤 숲에서 연기하고, 줄리안과 그녀의 데이트를 숲에서 즐기기도 했다. 공간을 적절히 활용해 연출을 극대화했다. 그들이 무대를 잘 활용하였기에 관객들과 소통하기도 더욱 쉬웠던 것 같다. 관객들이 숲으로 향하는 두 배우를 눈으로 쫓으며 웃기도 하고 현실감을 부여해주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언어로 대사를 읊다보니 처음에는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토리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그 역할에 자연스레 동화되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어 훈훈했다.

이 극단의 배우 오야 바작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 이유는 다양한 언어가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 누구든지 허물없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의 차별 없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연극, 케이크트리는 이 물음에 답하며 완성도 높은 연극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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