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1군 1학교 우려된다
농산어촌 1군 1학교 우려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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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교육과학기술부의 일방적인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방침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관련법을 개정해 일정 규모의 학교로 육성하려는 의도가 나타나자 교육계와 농산어촌에서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지역 발전의 발목이 잡혀 있는 형편이고 보면 재고의 가치조차 없다. 학교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농산어촌 학교의 통폐합문제는 경제논리의 잣대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교과부의 농산어촌 학교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수정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학교의 학생 수를 최소 적정규모 기준에 관한 조항을 신설 한 것이다. 초·중학교의 6학급 미만 소규모학교와 고교 9학급 미만의 고등학교가 무더기로 통폐합 될 위기에 놓였다. 교과부가 최근 농산어촌 ‘미니 학교’의 통·폐합을 유도하는 내용으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미니 학교’ 무더기 통폐합 위기

학급당 20명과 초·중학교는 6학급, 고등학교는 9학급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치를 적용하면 경남도내 인구 2만~3만 명의 농산어촌 군 단위는 무더기로 문을 닫는 처지로 내몰린다. 학생 20명 기준의 학급 수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더욱 심각하다. 교과부가 농산어촌의 실정을 제대로 알고 시행령을 밀어붙이는 건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교육환경마저 피폐해져가는 마당에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농산어촌 교육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개정안이 시행될 때 농산어촌 학생들의 도시 유출은 뻔하고 학생 수가 줄어들면 급기야 줄줄이 폐교사태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소규모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전학을 희망할 경우 의무적으로 허가해주는 강제조항까지 신설했다. 무더기 전학으로 문을 닫게 되는 초·중·고교가 속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공동 통학구역’ 역시 독소조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학생들이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진학할 수 있는 학교를 제한하는 현행 ‘학구제도’를 없애고 학교 선택권을 대폭 넓히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학구제도’를 없애는 제도가 도입되면 농산어촌 학생들이 도시로의 전학이 급증→학생수 감소→폐교 등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그에 따른 학생들의 장시간 통학과 비용 가중, 과원교사 양산, 지역민의 정서 이반 등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교원단체와 농산어촌의 학부모들이 교과부의 개정안에 대해 “농산어촌학교가 황폐화되고 지방교육자치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며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과부가 마련, 제시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은 한마디로 정책기조는 그대로 두고 전술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1990년대 초반 학생 수 100명 이하인 학교를 통폐합하려다 주민과 학생들이 집단으로 등교를 거부한 사태를 잊은 모양이다. 지금처럼 학생 수가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면 곧 교실과 교사가 남아도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 수 변화 추세를 분석해 학교와 교사의 수급대책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정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농산어촌 교육은 지역경제의 자양분으로서 그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함부로 학교를 없앤다면 지역을 지탱하고 이끌어 갈 인재 유출로 인해 농산어촌의 미래는 담보하기 어렵다. 지역실정과 무관한, 천편일률적인 개정안을 취소하고, 시·도교육청의 자율 결정에 맡겨야 한다. 지역 정치권도 같은 조건을 가진 농산어촌지역 등과 함께 공동보조를 취해 개정(안)을 폐지시켜야 한다. 교육을 받을 권리는 기본권이다. 그렇기에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농산어촌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젊은층, 자녀교육 위해 대도시 이주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이주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자녀교육을 위해서다. 농산어촌은 나날이 황폐화되고 있는 반면 대도시는 인구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농 간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원인이 교육여건 불균형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교과부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지역의 현실을 살피는 안목부터 제대로 갖추기 바란다. 인구 2만~3만 명에 불과한 군의 2000여명 이하의 면단위 농산어촌은 1년에 어린아이가 1명도 태어나지 않은 곳도 있다. 교육부의 수정안을 적용 때는 당장 10년 이내에 50%의 학교가 없어지는 등 1군 1학교 시대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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