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주변 독거노인에게 관심을
폭염 속 주변 독거노인에게 관심을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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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환 (진주소방서장)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때문에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폭염에 휩싸였다. 인근 일본에서는 지난 열흘 동안 18명이 열사병으로 숨졌고, 미국도 위험할 정도의 고온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폭염과 지구온난화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속도를 유지하거나 더욱 가파르게 증가한다면 2100년에는 지구온도가 5~6도 높아지고, 2130년에는 빙하가 모두 녹아 해수면이 지금보다 75m나 높아져 20억명 이상이 대피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유엔 기후변화보고서에는 폭염경보 시스템과 대비책을 세워 놓지 않으면 북미에서만 수천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반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최근 기상청 발표를 보면 전국이 모두 폭염경보·주의보를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도배되어 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폭염에 습한 날씨까지 더해지는 경우다. 이런 날씨로 인해 미국에서는 지난 1995년 7월 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03년 유럽에서는 약 7만명이 사망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망하여 병원이 미처 수용하지 못해 대형 음식점 냉장고에 시신을 안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피해자는 대부분이 홀로 사는 노인들이었다. 201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폭염으로 하루 80여명이 숨지자 시당국은 도심의 주요 공공기관 모두를 ‘쿨링센터(Cooling Center)’로 지정, 독거노인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특히 요즘 같은 고온다습한 날씨는 노인에겐 죽음을 부르는 적이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실내의 좁은 공간은 실외보다 더 위험하다. 쪽방촌 독거노인들이 폭염에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폭염 사망자를 보면 60대 이상 노인들이 가장 많은 이유다.

작년 일본의 열사병 사망자를 분석해보면 실외 사망자 10명보다 실내에서 사망한 사람이 64명으로 훨씬 많았다. 특히 야간에 사망한 사람이 주간에 사망한 사람 못지않게 많았다. 밤에는 실내기온도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방심하기 쉬운데 낮에 뜨거워진 건물이 밤에도 식지 않는 경우가 도심에는 많기 때문이다. 열대야 속에서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환기가 잘되지 않는 도심 쪽방에서 잠자는 것은 체온조절 기능이 약한 노약자들에겐 위험하다. 특히 돌볼 사람 하나 없는 독거노인들은 말할 나위 없다. 폭염 속에 방치된 노인들이 더위를 못 이겨 숨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정부는 실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전국 3만9000여 곳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소방서에서도 폭염구급대를 운영해 환자 이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행정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친척과 이웃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백형환 (진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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