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여, 아이들을 보살펴 주소서!
어른들이여, 아이들을 보살펴 주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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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진 (경남도교육감)
지난 2008년, 8살 나영이가 등굣길에서 당했던 끔찍한 일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언제 아물지도 모를 아픔을 어린 나영이는 지금도 앓고 있다.

그런 나영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어서 하던 일도 그만둔 채 나영이에게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나영이 아빠가 말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들이 나의 자녀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제발 그 아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세상의 어떤 아이도 우리 나영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진정으로 부탁드립니다.”

통영의 아름이가 실종 엿새 만에 이웃집 아저씨에 의해 어이없는 주검으로 돌아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배움터 지킴이는 아이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우리 사회는 나영이 아빠의 당부를 귓전으로만 들었고, 우리가 믿고 아이들을 맡겼던 배움터 지킴이는 단 돈 몇 푼의 사탕발림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했다.

열 살 어린아이의 죽음에는 우리 사회 그늘진 소외 아동의 모습도 담겨 있다. 아름이의 비극이 더 안타까운 이유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강원해바라기아동센터가 2년 전 아동 성폭행 피해 33건을 분석한 결과에서 57%인 19건이 취약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허술한 사회안전망이 아동 성범죄 피해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으로 아름이의 경우와 결코 무관한 통계가 아니다.

아동들은 사소해 보이는 성추행을 당하더라도 그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어른이 된 후에도 낫기 어렵다고 한다.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온 사회가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런 일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동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아동 성범죄를 비롯한 미성숙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하는 일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그 원인과 책임이 결국 어른들에게 있다. 아름이의 비극은 직접적인 가해자 한 사람 뿐이 아닌 함께 돌보지 못한 어른들 모두가 그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은 부모의 사랑에서 시작된다.

가족치료의 선구자 버지니아 스테어는 사랑을 포옹으로 표현했다. 그는 “살아 남기 위해서 우리는 하루에 네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하루에 여덟 번의 포옹이 필요하고 성장을 위해서는 열 두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단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와 자녀간의 포옹 뿐 아니라 사회가 우리 청소년을 위해 마련하는 안전 돌봄 장치 또한 어린 세대들을 배려하는 포옹일 것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다변화·다원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가 소득격차, 가정 기능 약화, 급변하는 문명이 가져온 가치관의 혼재에 요동치고 있다. 가족 해체, 부모의 사회 활동 증가로 인한 가정에서의 역할 부재, 발전을 거듭하는 IT기기와 주변 환경이 쏟아내는 유해 정보가 아동과 청소년들을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정해진 어떤 아동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현실이 되게 해야 할 때다.

아이들은 어른을 통해 배우며 자라고 가정과 사회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학교 이상의 교육현장이다. 부모와 사회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이유이다.

아이들의 바른 성장은 개인의 성취이자 우리 모두의 내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민과 학부모님 여러분이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한 심정으로 당부드린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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