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3명의 진주시장 百年大計 안목
전직 3명의 진주시장 百年大計 안목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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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국가나 자치단체가 먼 장래를 내다보고 긴 안목에서 중요한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사업을 두고 흔히들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한다. 도시개발을 비롯, 어떤 건물을 지을 때도, 어떤 도로를 건설 할 때도, 어떤 다리를 건설 할 때도, 100년 이상을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중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려면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후임 단체장이 개선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기 때문에 전임 단체장이 추진했던 각종 공약사업의 변경이 불가피한 점도 있다. 재정상 더 이상의 추진이 어렵거나 이미 문제가 제기된 사업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하다. 그렇다 해도 중요 역점사업의 재검토와 백지화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전임단체장에 대한 보복성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전임자가 오랜 공력과 예산을 들여 추진한 일을 뒤엎는 일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더하다.

자신 공약 위해 ‘점령군식 새판’ 안돼

상당액의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후임자의 공약사업을 위해 전임 단체장 시절 사업을 충분한 검토 없이 중단, 재검토하는 것은 행정 연속성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공약을 위해 ‘점령군식 새판’을 짜는 것으로 보여선 안 된다. 만에 하나라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며 전임자의 사업에 사사건건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곤란하다. 주민들과의 합의로 추진된 사업도 재정효율화라는 단순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된다면 신뢰행정에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그간 전임 단체장의 역점 공약사업 중 상당수가 보류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상당히 진행된 것도 중도에 폐기로 혈세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전·현직 단체장들간에 공천과 공약 싸움을 벌였거나 박빙의 선거전을 벌였던 곳이 심하다니 기가 막힌다.

이유야 어떻든 전임 단체장의 공약이 승계되지 않는 것은 주민들의 혈세낭비이다. 선정된 사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에 사업을 폐기할 때는 더욱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공천, 선거전 등으로 전임 단체장과 현직 단체장의 개인 관계가 소원한 곳에서 이런 일이 많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 백년대계란 무엇인가. 국민과 주민의 행복 외에 달리 무엇이 있는가. 거시적인 안목으로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지역민을 위하는 사업은 단체장이 바뀌어도 그대로 계속 추진되는 것이 옳다. 굵직굵직한 전임 단체장의 공약이 제대로 승계되지 않은 이유는 있을 것이다.

백년대계를 말하려면 적어도 행복과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와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해방 이후 진주시의 관선과 민선시장 자리에 30여명이 역임했다. 시장을 역임한 인사들은 재직 중에 나름대로 후세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업적을 남긴 인사도 많다. 필자가 볼 때 진주 시장을 역임한 30여명 중 3명이 추진을 했거나 완성한 3건의 사업은 백년대계의 안목을 내다봤다고 평가하고 싶다.

첫째로 1952년에 김용주 민선시장이 중앙-인사-봉곡-금성 등 4개 로터리로 연결하는 간선도로의 폭을 35m 8차선으로 도시계획을 추진했지만 안목 없는 그 당시 시의원, 지역유지들의 반대로 25m 4차선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그 때 8차선으로 관철 못시킨 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되고 있다. 비록 김 시장의 35m 도로건설 계획이 실패로 끝났지만 100년을 내다본 안목이었다.

두 번째로 지난 63년부터 69년 사이에 정부가 남강댐 건설당시 어느 시장이 긴 안목을 보고 그랬는지는 모르나 국비 5억 여원 을 확보, 수자원공사에 남강댐건설 사업비로 지원했다. 현재 진주시민들이 사용하는 상수도 ‘원수’ 15만t 중 10만t은 수자원공사에 ‘원수 값’을 안주는 조건으로 사업비를 지원했기 때문에 5만t만 물 값을 지불함으로써 진주시의 상수도 값이 다른 도시 보다 엄청나게 싸다.

35m도로폭·댐건설비지원·녹지공원 등

세 번째는 어느 시장인지 모르나 신안, 평거 녹지공원 조성이다. KBS 진주방송국 앞부터 진양호쪽을 향해 남강변을 따라 처음에 녹지공원을 조성했기 때문에 2차, 3차 등 계속 택지개발이 시행되면서 녹지공원이 연이어 조성되고 있다. 하나 민선단체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선 당장 재임 중에 실적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백년대계의 긴 안목을 내다보는 사업의 추진은 어려움이 많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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