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길에서 프로이스트를 생각하다
두 갈래 길에서 프로이스트를 생각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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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지금 진주시의회는 휴회기이다. 한동안 지방언론은 물론이요 전국 언론에서까지 이번 진주시의회 하반기 의장단 구성을 두고 새로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휴회기를 맞아 다시 평온을 되찾은 듯이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겪었던 내홍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얼룩져 남아 있고 얽히고설킨 의원들 간의 불편한 심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당연직 의원 한사람이 빠진 상태에서 의회운영위원회는 구성되어졌으나 환경도시위원회는 아직 간사 선임도 되지 않은 상황이고 부의장 후보 등록과정에서 일어난 후보사퇴 압박설과 관련된 사문서 위조 고소사건은 아직도 검찰에 접수 중에 있으니 표류하는 진주시의회가 언제쯤 정상화가 되어질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 역시도 진주시 의원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꼭 이것이 최선이었나 하는 의문에는 뭐라고 딱히 시민들 앞에 당당하고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할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이다.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의원들 스스로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는 일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다 더 신중하고 더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현재 자신의 눈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특히나 우리와 같은 정치인들은 더더욱 눈에 보이지 않는 95%의 위력은 잊어버린 채 보여지는 5%를 전부로 알고 행동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전체를 움직이는 95%의 힘. 그러나 그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성향의 숨은 위력들이다.

노란 숲 속에 난 두 갈래의 길 앞에서 눈에 잘 보이지는 않으나 정의를 앞세워 꿋꿋이 나아가는 사람의 길과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으로 우선 눈앞에 보이는 내가 갖게 될 이익을 먼저 따져가면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길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 길이 옳지 않음을 모르는 바도 아닐 것인데도 불구하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우격다짐하듯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뚜벅뚜벅 5%의 효과를 위해 제 속마음까지도 속여가면서 위대한 개선장군처럼 양팔을 휘젓고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의 막다른 갈림길에서 한치의 재고(再考)도 없이 그냥 그렇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 그 길이 옳지 않은 길임을 알고 있을 법한 사람들인데 왜 그 길을 억지로 가고 있는지 참으로 알 수 없어 가슴을 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시민들은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숨겨진 진실, 안되면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진정 어린 고민과 참된 고독 속의 양심적 자아성찰의 의미까지도 말이다. 그들은 살아 있는 혜안(慧眼)을 가졌다. 그것으로 판단하고 그것으로 이해한다. 그들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고 그들의 힘으로 역사가 바뀐다. 두려움을 알게 하고 분노할 줄도 아는 그들. 그들은 권력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그 권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다.

프로이스트의 두 갈래 길에서 홀로 외로운 길을 걸어가야 하는 고독한 자를 위로할 줄도 아는 자들. 고독의 참의미를 깊이 새겨가며 명분의 잘잘못을 일깨워주기도 하는 자들. 그들 95%의 민심(民心 )은 우리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고 선언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말지어다. 두려움과 분노 앞에 감추지도 말지어다.’

진실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모습은 일그러진 영웅들의 초라한 뒷모습이 아니다. 새로운 창조의 시간인 사색의 터널을 지나 참된 자아성찰에서 얻어낸 용기 있는 결단력으로 노란 숲 속에 난 두 갈래의 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침은 눈 뜨는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진리를 모두가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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