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출 부진에 민간기업이 기울이는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필사적 영업활동과 비교하면 그럴 듯한 이유가 만들어지는 것 같지만 항공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것도 최고 권부의 독선적 의향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달려 있기에 그 부당성을 더한다고 할 것이다. 당연히 보고라인에 있는 실무자의 역량부족으로 표현될 탁상행정이 원인이다.
세금위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투입한 공기관을 단 몇해 동안의 사업실적으로 팔아 넘기겠다는 발상은 소아병적 경박함으로 읽힌다. 투입에 대한 장기적 효과를 감수해야만 하는 항공산업의 특수성이 간과되었다. 당장의 이익을 챙겨야 하는 장사와는 그 근본적 이해를 달리해야 한다. 자주국방을 구축해야 하는 남북간의 대치상황을 상정하면 더욱 그렇다. 항공산업은 누가 뭐래도 안보현실과 직결되어 있다. 군사력을 좌지우지하는 기초산업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경영효율화니 수익증대니 하는 말을 함부로 담아선 안되는 것이다.
방위산업은 국가경쟁력의 척도이며 정부중심의 주력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세계 전사(戰史)를 살피면 더 명백해진다. 더욱이 KAI는 고등훈련기를 생산하고 전투비행기를 만드는 안보차원의 전략적 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공기업이다. 얼마를 투입했는데 얼마를 벌지 못하고 얼마를 남기지 못했다는 단순한 평가가 옳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그동안 진행되어온 다수의 공기관의 민영화 전환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전례는 무척 많다. 다소 관료적으로 보이는 요소를 걷어내는 숙제이행을 전제로 반드시 공적 운영기조가 담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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