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과밀경쟁에 개·폐업 악순환
자영업 과밀경쟁에 개·폐업 악순환
  • 강진성
  • 승인 2012.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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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硏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 구조개선해야”
▲1일 오후 진주시 대안동 한 가게 앞에 ‘점포정리 원가세일’이라는 현수막과 임대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같이 붙어 있다.오태인기자taein@gnnews.co.kr



상권 좋은 곳에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인수한 A씨는 예상에 못 미치는 매출에 고민이다. 지난해 가진 돈과 대출금을 합쳐 2억원으로 가게를 시작했지만 불황과 겹쳐 전 주인 때보다 매출이 떨어졌다. 반면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으로 지출이 크게 늘었다. 매달 점포세 내는 날이 오면 피가 마른다. A씨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 시간을 더 두고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나마 젊은층을 주고객으로 둔 A씨는 나은 편이다.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마지못해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오른 고기값은 그렇다하더라도 반찬 재료비 상승이 부담스럽다. 아르바이트 없이 부부가 운영해 인건비 걱정은 없지만 손님이 평소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이 하루 12시간 이상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손에 쥐는 순이익은 200만원 남짓이다. 가뜩이나 아픈 몸 때문에 병원비 지출을 빼고 나면 수입은 크게 줄어든다. 가게를 접을 생각도 했지만 대출금 이자 낼 걱정에 포기했다. B씨는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히 할 게 없어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한탄한다.

올 초 명퇴한 C씨는 치킨가게를 개업했다. 본사에서 재료를 모두 대주고 특별한 기술 없이도 매뉴얼대로 닭을 튀기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퇴직금을 모두 투자했다. 개업 후 2개월은 반짝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엔 하루에 주문이 20건을 넘는 날이 많지 않다. 최근엔 근처에 다른 치킨브랜드 가게마저 생겼다. 반경 1km내에 치킨집만 6개가 있어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다. 올림픽 덕분에 주문이 좀 더 늘었지만 이후엔 다시 걱정이다. C씨는 “손님은 한정돼 있는데 가게가 너무 많다. 새로 오픈하는 곳이 생기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고 말한다.

◇“생계유지 위해 마땅히 할 게 없어 시작”

신규 자영업자 대부분은 직장은퇴 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재취업이 힘든 50대를 위주로 창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과반수 이상은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창업경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자 유형은 음식점, 호프집 등 생활밀접형이 많았다. 신규업자 대부분이 창업자금 5000만원 이하로 영세했다. 이렇다 보니 수익성 악화로 개·폐업을 반복한다. 월평균 소득은 150만원으로 도시노동자 평균소득보다 낮았다.

통계청이 201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80%가 ‘생계유지를 위해서(다른 대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은퇴자들은 사회보장제도 미비와 노후대책 부족으로 자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음식점, 주점 등 저부가가치 업종에 많이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가계부채 뇌관될 수도

지난 5월 기준 전국 개인사업자 대출규모는 164조 8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조 3000억원이 늘었다. 평균 가계부채는 9000만원으로 임금노동자 4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2011년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경우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능력이 임금노동자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의 위기신호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 개인신용정보업체 KCB 보고서에도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 채무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5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체율 역시 임금노동자 연체율(1.24%)에 비해 1.82%로 높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자영업자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대출상환이 어려워져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영업 부실화 대비해야

자영업자 과반수는 3년을 못 넘기고 폐업할 만큼 과잉상태다. 자영업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자영업의 구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창업교육, 지역·업종별 자영업자수 정보제공 등을 통해 자영업자가 충분한 사업검토와 업종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끼리 과밀경쟁하게 되면 소득악화, 내수악화, 거시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무분별한 창업자금 대출에 대해서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금융권이 이자수익을 위해 무분별한 창업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는 채무자를 양산해 부실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경쟁력 있는 창업자에 한해 대출할 수 있게 규제함으로써 자영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송기호 소상공인지원진주센터장은 “무턱대고 창업했다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충분한 정보수집과 해당업종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지원센터나 공공기관의 창업교육을 통해 준비된 창업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강진성기자·정원경인턴기자 news24@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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