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출신, 그게 뭐라고
성별, 출신, 그게 뭐라고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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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륜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이번 방학에서 내 진로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을 걷기 위해서 겪어야만 하는 일이며, 나 또한 자진해서 한 일이다. 그런 일이다 보니 배운 것도 많았고 느낀 것도 많았다. 4주 동안의 생활이 분명 큰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좋은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 약 3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 과정에서 그 3년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슬럼프에 빠졌다.슬럼프에 빠진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 하지만 그 하나의 이유 때문에 4주의 시간 중 반을 그냥 보내버리고 말았다.

그 단순한 것을 쪼개서 두 가지로 나누자면 성별과 출신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성별로 구속하고 출신에 집착한다. 성별을 예로 들자면 같은 군인임에도 여자인 군인은 여군이라고 하고, 같은 의사임에도 여자인 의사는 여의사라고 한다. 또한 여자라는 이유로 괜한 보호와 넘치는 기대를 한다. 일에 있어 남자와 여자,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면서, 말과는 다른 행동을 내비친다. 무리에 여성이 적은 경우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얘기들이 무성하게 퍼지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남자들만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여성들도 그 문제를 고치려 하지 않고 동조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다. 나는 분명 그 직업을 갖기 이전에 여자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것을 잊은 듯하다.

출신은 특수한 직업이 아닌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얘기다. 자신이 하고 싶을 일을 하는데 있어 출신이 그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그 출신이기 위해 그 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기 위해 그 출신을 선택한 것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걷기 위한 하나의 갈래일 뿐인데, 왜 우리는 출신으로 나뉘어 같은 직종의 사람을 배척하고 배제하는 것일까.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나눌 때 자신의 업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음에도 다들 그것을 망각하고 있다.

성별과 출신으로 나눠 보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그 벽은 높고 단단했다. 오죽했으면 3년의 시간을 돌리고 싶었겠는가. 그 4주를 시작할 때 열심히 해야겠다고 한 다짐들을 뒤로한 채 왜 이걸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아직도 성별과 출신으로 인해 갈라서야만 하는 우리가 너무나도 안쓰럽다. 그러나 그런 의문들 이전에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시작한 일이니 할 것이고, 이 모든 것을 돌리기에 이 일을 생각보다 좋아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이 일보다는 이 일을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 내게는 소중하다. 다른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일깨워준 것도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회는 아직까지 성별과 출신으로 갈라서고 있고, 그런 잣대가 사라지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사회로 나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우리들은 결국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 사회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소중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잘 듣는 약이 될 테니까.

/김륜현·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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