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154>
오늘의 저편 <154>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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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화성댁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설마, 이 사람들이?’

잠결에 눈을 외손자에게로 돌리던 그녀는 어미와 나란히 잠들어 있는 아기를 보며 눈꺼풀을 번쩍 들었다. 단걸음에 아기 울음소리가 나고 있는 대문간으로 달렸다.

‘이래서 머리 검은 동물은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

강보에 쌓인 아기를 보며 화성댁은 말문이 막혀 가슴을 툭툭 쳤다. 누가 콕 집어서 말해주지 않아도 나환자 부부의 아기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누가 아길 버리고 간 모영이죠?”

일찍 잠을 깬 진석이도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나온 것이었다.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니까 들어가게.”

화성댁은 말까지 더듬으며 얼버무리곤 앞장서서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갓난아기를 그냥 두고 가면 어떡합니까?”

“어떡하다니? 그럼 데려가서 키우기라도 하자는 건가?”

발끈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는 장모 앞에서 기가 질려버린 진석은 안으로 들어가지도 아기를 덥석 안아 올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울다 지쳤는지 아기는 울음을 뚝 그쳤다.

“무슨 일이세요?”

우물 안처럼 조용하기만 하던 집에서 남편과 어머니의 목소리가 좀 들려오자 민숙이까지 방에서 나왔다.

“왜 나왔니?”

화성댁은 딸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저게 뭐예요?”

어머니의 팔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던 민숙은 무심결에 목을 뒤로 돌렸다. 작은 포대기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곤 화성댁의 손을 뿌리쳤다.

“그냥 가재도 그런다.”

화성댁의 입에선 얼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민숙아, 갓난아기야.”

저만치 떨어져서 서 있던 진석이가 끼어들었다.

“어머, 갓난아기라구요? 여기 쪽지가 있어요.”

앞뒤 가리지 않고 민숙은 아기에게로 달려갔다.

“손대지 마라!”

딸이 쪽지부터 집어 들려고 하자 화성댁은 숫제 비명을 질렀다

“어머닌, 피도 눈물도 없으세요?”

흠칫 놀란 민숙은 막 쪽지를 집으려다 말고 뜨악한 눈으로 어머니를 쏘아보았다.

“피? 눈물? 그런 것은 어떻게 생겨먹었더냐? 허허, 허허허허??.”

화성댁은 기막혀죽겠다는 얼굴로 일부러 너털웃음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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