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오싹한 얼음굴…보양식에 땀이 송긋
등골 오싹한 얼음굴…보양식에 땀이 송긋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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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3>함안 맛길

쏟아지는 햇살이 뜨거워 집을 나서기도 무서운 날씨이지만 가만있는 것 보다는 여행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도 어디 둘러볼 곳이 있나하며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은 보내는 나이기에 이런 여름날 에어컨 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불어나오는 곳이 있어 맛이 있는 여행길을 나선다. 함안 군북면 사촌리 오곡마을의 얼음굴을 향하여.

얼음굴은 깊게 파진 굴에서 에어컨 보다 센 자연의 냉풍이 불어나와 오래 있으면 한기를 느끼며 춥다. 함안군에서는 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래전에 콘크리트 시설물을 설치하여 안전하게 느껴진다. 얼음굴은 원래 구리를 캐던 갱도였는데 지금은 개인사업자가 펜션과 식당을 하고 있다. 여기서 닭이나 오리요리를 시켜놓고 자연 냉장고에 몸을 담그자 정말 별천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토종닭백숙을 시켜놓고 자리를 하였다. 냉풍에 시원함이 지나쳐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시간쯤에 토종닭에 마늘, 대추, 인삼, 한약제, 찹쌀 등을 넣어 압력솥에 푹 고은 토종닭백숙이 나왔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가장 많이 먹는 백숙이지만 찌는 듯이 더운 날 이렇게 시원한 자리에서 질기지 않고 존득하게 요리된 토종닭백숙은 정말 한 맛 더하는 것 같다. 백숙의 찬은 필요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양념을 입맛에 맞게 푸짐하게 넣어 즉석으로 무친 오이와 양파, 국물김치, 절인마늘, 도라지무침 등을 곁들여 먹으니 금상첨화다.

이제 함안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 앞쪽으로 연꽃밭이 눈에 들어오지만 먼저 박물관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고대 안라국과 함안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어디 여행을 하면 언제나 그러하듯이 박물관은 우선적으로 가보아야 할 곳이다. 전시 유물의 내용은 선사시대 유물에서 근대 유물까지 다양하지만 특히 고대 안라국과 관련된 유물이 중심을 이룬다.

박물관 앞에는 아주 특별한 연꽃밭이 있다. 지난 2009년 함안 성산산성을 발굴할 당시 나온 연꽃 씨. 연대를 조사했더니 750년 전 고려시대의 것이란다. 3년 전에 어렵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데 성공한 그 아라홍련이 함안박물관 인근 시배지에서 무리를 지어 다시 피어났다. 개량을 거듭하여 극도로 화려해진 요즘의 연꽃과는 달리, 고려 불화에서만 보던 은은한 분홍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얀 꽃잎 하단에 중단부터 선홍빛이 돌면서 갈수록 색이 짙어지는 우리 옛 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국내 유일의 연꽃이다.

박물관 뒤로는 가야읍 말산리와 도항리에 걸쳐 있는 해발 68m의 산으로 아라가야시기에 만들어진 160여 기의 대형고분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이 말이산고분군이 있다. 특히 지름이 39.3m, 높이가 9.7m에 이르는 4호분은 일제 때 처음 조사됐으며 금으로 치장한 환두대도(손잡이 끝에 둥근 고리가 있는 칼)와 덩이쇠(돈으로 사용된 철) 등 아라가야의 뛰어난 유물이 발굴됐고 말이산의 북쪽 끝에 자리한 마갑총에서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그려진 것과 같은 말의 갑옷이 최초로 온전한 형태로 출토되어 아라가야가 철의 왕국임을 과시했다.

아름다운 연꽃을 생각하고 커다란 고분의 위엄을 기리며 함안 시내를 지나는데 온통 한우식당이 즐비하다. 한우쇠고기를 무한리필 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과연 무한리필이면 가격이 얼마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과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며 쇠고기 집을 갔다가 놀랍도록 비싼 가격에 손만 덜덜 떨다가 나온 적이 있는 분은 여기 함안에 오셔서 드시면 착한 가격에 포식하고 갈 수 있는 믿기지 않는 가격이다. 기본 음식들이 깔리고 기대하는 쇠고기가 나왔다. 등심, 낙엽살, 채끝살, 안심, 차돌박이로 구성된 소고기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다음은 입곡군립공원으로 향한다. 산인면 입곡저수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협곡을 이루고 있는 함안 입곡군립공원에는 수려한 자연풍광과 함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바위와 기암절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일제 때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협곡을 가로막은 입곡저수지는 폭 4km에, 저수지 양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제법 큰 규모를 가지고 있고, 저수지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우거진 송림이, 오른편으로는 완만한 경사지에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의 멋진 조화를 이루며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어 삼림욕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저수지 중앙을 가로 지르는 길이 112m, 폭 1.5m의 출렁다리를 건너 산책로를 따라 일주를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관광코스이며 간혹 보이는 백로의 수려한 자태는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하다. 공원 근처에는 입곡문화공원이 있어 승마 등의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공원의 가까운 곳에서 뽕잎칼국수, 뽕잎비빔밥, 뽕잎만두를 맛보았다. 뽕잎은 우리 몸의 각종 질병의 치료효능과 예방효능을 갖고 있는데 특히 출혈성질환에 좋다. 무엇보다 뽕잎에는 카페인 성분이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녹차와 다르게 하루에 3kg을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뽕잎을 넣어 만든 음식은 아무 때나 드셔도 좋다. 뽕나무는 50여종의 미네랄, 24종의 아미노산, 59종의 유기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뽕잎은 아주 영양가가 높다. 뽕잎을 넣어 만든 칼국수는 마치 쑥으로 만든 칼국수처럼 빛깔이 아름답고 맛도 담백하다. 옅은 녹색인 칼국수는 바지락이 가득하여 더 구미를 당기지만 맛에서는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음식이 정갈하고 먹는 이의 건강을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 강하게 느껴진다. 뽕잎만두와 뽕잎비빔밥도 마찬가지로 좋은 이미지의 음식이다.

뽕잎음식으로 입맛을 달래고 합강정으로 향한다. 이 정자는 함안군 대산면 정암리 용화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소형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하게 닦여진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고, 때 묻지 않은 길이 산책로로는 일품이다. 합강정은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이라는데 착안하여 합강정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데 강 건너편은 창녕 남지읍의 농경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산책로라고 하지만 날씨 탓으로 땀이 비 오듯 한다. 남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서서히 오늘 둘러본 함안을 정리해본다. 더 가보아야 할 곳이 생각났다. 바로 악양루다.

악양루는 남강과 함안천이 만나는 지점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는 그림 같은 누각이다. 조선 철종 8년(1857년)에 함안 사람 안효순이 누각을 짓고, 중국의 명승지 '악양루'에서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편액이 보인다. 호사가들은 이 정자에 올라 정면을 바라보면, 중국 후난성 예양시 고적 예양고성의 서문 위쪽에 있는 악양루와 마주한다고 한다. 중국 악양루는 강남 4대 명루 중 하나일 만큼 절경이고, 함안 악양루 역시 중국 누각 못지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이 누각에 오를 때에는 가든 앞을 가로 질러 바위 사이로 오르게 되는데 비록 가든은 현대식 건물로 변했지만, 대를 이어 사공을 하며 민물어탕을 만들어 파는 집이다. 1997년 악양교가 놓이기 전에는 법수면 악양마을과 대산면 양포마을 사이를 흐르는 함안천을 긴 장대 같은 노를 젓는 배를 타고 건너야 했단다.

우측에 노래비가 보인다. 여타 노래비처럼 스위치를 누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런 장치도 없고, 다만 노래비 전면에는 처녀뱃사공 가사가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는 유래와 사연이 있을 뿐 다소 초라한 느낌이다. 그래도 즐겁게 애창했던 처녀뱃사공 노래를 흥얼대며 더운 여름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나룻배를 건너던 모습을 그리며 칠서를 가로질러 집으로 향한다. 오는 길에 함안의 수박도 한 덩이 샀다. 수박의 고장에서 산 수박은 잘라 보니 때깔도 곱지만 맛은 어떤 수박과도 비길 수가 없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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