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의전 간소화
빛바랜 의전 간소화
  • 이용우
  • 승인 201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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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기자

지자체들은 민선 5기에 들어 실용적인 차원에서 의전 간소화 지침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그것을 시행에 옮기는 추세다. 정부도 의전 간소화 시스템을 권장하면서 지침을 하달한 바 있어 지역 내 각종 행사 때 의전 간소화가 정착되고 있는 시점이다.

함양군은 지난 2010년 말에 의전 간소화 운영지침을 만들고 2011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거창군도 비슷한 시기에 의전 간소화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시행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문서화된 의전 간소화 지침만 남아 있지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의지가 부족해 공염불이 되고 있다.

함양군의 경우 의전 간소화 시행을 위해 585명의 군민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각종 행사 때 최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 4개 문항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약 50% 가까이 내빈축사에 대한 개선점을 꼽았으며 36%가 내빈소개를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축사 및 격려사 시간을 1~2분 이내로 단축개선을 요구했다.

함양군은 설문자료를 토대로 내빈축사에서 군수·의장이 1~2분 이내에 한정하고 외빈축사는 필요시 최소한도로 허용하는 지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은 지난달 26일 개막된 함양 산삼축제 전야행사에서 빛을 발했다. 내부인사로 군수권한 대행과 축제위원장 2명, 외부인사는 도지사 권한대행 1명만이 무대에 올랐으며 축사시간도 2~3분 내외로 마쳐 비교적 준수했다는 평가다. 

반면 지난달 27일 개막식을 가진 거창국제연극제에서는 ‘국제연극제’라는 이름 앞에 붙는 ‘국제적인’ 행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연극제라지만 연극인들은 뒤로 밀려났고, 지자체장인 군수는 본분을 벗어나 종횡무진 오버했다.

축사를 하기 위해 사회자의 호명을 받아 단상에 올라온 군수가 갑자기 사회자로 돌변하는 모습은 한편의 희극이었다. 원로 연극배우들을 하나하나 이런저런 수사를 동원한 소개로 단상 앞으로 불러내더니 돌아가면서 인사말까지 시키면서 짧고 간결하게 진행돼야 할 개막식은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 탓에 30분 정도 계획된 개막식이 1시간을 훌쩍 넘겼고, 공연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지루함을 못 이긴 듯 여기저기서 투덜거렸다. 정작 본론인 군수의 축사를 듣는 데는 30여 분의 시간이 경과해야 했고, 그 역시도 군수가 주관하는 무슨 강연장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개막식은 산뜻함과는 거리가 먼 어수선함의 진수를 보였다. 국제행사라는 품위나 격식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동네축제의 모습을 보인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식은 두고두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참여자 중심지향이 눈 뜬 봉사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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