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그 중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한자어로는 붕(朋)과 우(友)일 것이다.
‘友’는 竹馬故友(죽마고우)의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옛 친구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가까이 지내며 자란 친구를 이르는 말(출전:晉書)이고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한 친구에게는 朋友有信(출전:童蒙先習)의 朋(붕)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를 나타낼 때 友(우)를 쓴다. 우리네 어린 시절, 동네어귀부터 골목을 돌며 친구와 해동갑하며 놀았다. 인생을 많이 살아온 우리네는 그 친구, 우(友)의 개념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요즘 속가에서는 ‘인생 100세 시대’라며 과학 기술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좋아한다. 그렇지만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걱정도 덤으로 많을 것이다. 사람들의 평균 퇴직 연령을 60으로 본다면 다행히 60까지 건강하게 일을 했다 하더라도 40년을 더 살아야 하니 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경제적인 면에서나 자녀와의 독립, 건강, 여가, 주거 공간 등 걱정 되는 것이 많을 것 같다.
그 중에서 나는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 건강과 친구라고 생각한다. 재테크에 쏟는 시간과 노력의 몇 분의 일이라도 세상 끝까지 함께할 친구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友)테크는 행복의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이라 했던가?
우리 승려들도 도반이 있다.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하고 같이 생활한 ‘朋’과 같은 친구 말이다. 우리도 세상의 흐름과 같다면 100세 시대를 함께할 것인데 신문이나 매스컴에서 가르쳐 준 고령화시대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볼까 한다. 부처님 도량에서이지만 가끔은 먼 곳에 있는 도반과 전화로 안부도 주고받고 가끔은 내가 있는 이곳에서 차 한 잔 나누며 얼굴이나 보자고 먼저 마음을 내기도 한다.
내게는 엄청 빠르고 똑똑하다는 스마트 폰도 없고, 인터넷도 자유로이 다룰 줄 모르는 초로(初老)이다. 하지만 우(友)테크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늘 좋은 답을 주지 않아도, 지식과 지혜가 넘치지 않아도, 언제 보아도 편안하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정말 좋은 친구를 하나씩 가져야 한다는 건 꼭 명심하자고 지금 나랑 같은 시대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오성과 한음의 우정이 있고 서양에는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우정이 있다. 그들처럼 우리도 우(友)테크라 할 만한 우정이 있는지 지금 당장 점검해보자.
보운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