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사람들은 대부분 오늘의 지금보다 내일과 다음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아간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자신도 모르게 현실주의가 되어 가는 것인지 미래보다 오늘에 더 비중을 많이 두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느 심리학자는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가치는 대체로 과거나 현재 또는 미래 중 어느 한 가지를 더 소중히 여기느냐로 나타난다고 했다. 사람의 변화는 나이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과거 지향적이거나 현재 지향적 또는 미래지향적인 사람들로서, 이 세 유형 중에 사람들은 대체로 마지막의 미래를 오늘의 지금보다 더 의식하며 살아가는 유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대체로 미래지향적이고, 중년은 대체로 현재 지향적이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면 과거 지향적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나이쯤에 지금 이런 생각조차도 노년에 들어와 버린 것은 아닐까. 몸은 늙어도 생각만은 언제나 푸르리라 바라고 또 원했는데…. 어쩌면 우리들 나이에는 내일도 다음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지금도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의 지금들이 모여서 내일의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은 오늘대로 소중한 세월이며, 지금은 지금대로 다음 못지않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다시없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내일과 다음에 가치를 두던 젊은 날에는 희망이라는 것이 먼저였고, 내일과 다음이 곧 오늘의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무엇이나 참아내는 데는 어지간히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오늘의 지금을 언제나 내일과 다음의 준비로 여길 때는 그래도 뭔가 보람을 가졌었다. 참는 보람, 내일과 다음이 있다는 그 무한정의 희망 때문에.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무리 꿈꾸어도 내일과 다음이 오늘의 지금보다 나아질 듯싶지 않다. 다만 오늘의 지금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어 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우리의 소중한 인생이며 지금도 우리에겐 다시없는 기막힌 시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의 지금을 그것이 고통일 때는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된다. 사람이 자신을 이겨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겠지만, 오늘 지금의 무게에 짓눌려 헤어나지 못하는 바보스러운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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