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 ‘창원캠퍼스’ 조성 사업의 첫걸음에 부쳐
경상대학교 ‘창원캠퍼스’ 조성 사업의 첫걸음에 부쳐
  • 경남일보
  • 승인 201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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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미술가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자신만의 상상의 날개를 그려 넣고, 건축가는 빈 대지에 수백 년을 이어갈 웅장한 건축물을 세워놓는다. 정치가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우리 사회를 질서 있고 윤택하게 한다. 이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인류 역사는 이렇게 이어져 왔다.

대학은 학문의 탐구와 지식의 전수, 그리고 인류에의 봉사라는 사명을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학문 영역의 확대와 융ㆍ복합화, 교육ㆍ연구 인프라의 첨단화, 캠퍼스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대학의 존재 이유와 추구할 방향을 대학사회 내외부에 천명해 왔다. 대학은 간혹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하고, 기존의 유를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기도 하면서 발전해 왔다.

경상대학교와 창원시는 지난 7월 16일 경상대 창원캠퍼스 조성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경상대는 진주와 통영에서 캠퍼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창원캠퍼스를 글로벌 명품 학교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경상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창원경상대병원 건립에 맞춰(2015년 개원 예정), 창원캠퍼스를 의ㆍ보건계열, 글로벌 및 산학협력 캠퍼스로 조성키로 했다. 이 캠퍼스를 통해 창원지역에 양질의 교육서비스 혜택을 제공해 우수인재들이 지역에 취업함으로써 경남의 발전을 견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육군대학 부지의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창원시로 이전되는 시점은 2014년 말이다. 이때까지 경상대는 세부적인 캠퍼스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창원시와 공동으로 ‘캠퍼스 설립 지원단’을 구성해 경상대 창원캠퍼스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 및 제반사항을 협의할 것이다. 경상대는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심정으로 경남 거점국립대의 존재 이유와 사명을 알려나가고, 육군대학 부지의 가치를 몇 단계 더 상승시킨다는 각오로 창원캠퍼스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창원시, 경남도,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기관과 협조체제를 갖추는 한편 대학 내부에도 이 일을 추진할 전담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진주시에 위치한 대학본부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캠퍼스별 특성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여론을 수렴해 캠퍼스 조성계획에 반영해 나갈 것이다. 캠퍼스 설립 이후 경상대와 창원시가 기대하는 상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와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에 대해 대학 내부의 구성원이나 지역의 기초자치단체 ㆍ산업계ㆍ동문회ㆍ주민들과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수렴해 계획에 반영할 것이다. 

국립경상대가 창원시 진해구 옛 육군대학 부지에 새로운 창원캠퍼스를 조성하려고 하는 것은,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인 경상대로서는 너무나 당연하며,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 등 우리나라 대학사회를 둘러싼 환경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상대는 도민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경남의 산업을 혁신하고 미래전략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경남의 기업체에 공급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기초학문에서부터 응용학문까지, 교양교육에서부터 전공교육까지 더 많은 도민들이 더 안정적으로 폭넓은 교육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와 시설과 인적 자원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창원시 진해구에 새로운 캠퍼스를 조성해 경남 중부지역 주민들이 거점국립대가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상대로서는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서부경남지역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경상대가 창원캠퍼스 조성사업을 미루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20년이면 서부경남지역의 입학자원이 현재 학령인구 1만3000여 명의 33%(4300여 명)가 줄게 된다. 서부경남지역 고교 출신이 반드시 이 지역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통계는 대학의 존재를 위협하는 눈에 보이는 요소이다.

따라서 경상대가 인구 110만의 통합 창원시에 새로운 캠퍼스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은 대학으로서는 장래에 닥쳐올 구체적인 위협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생존과 발전 전략의 하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인 경상대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어린 조언을 바란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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