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푼 만큼 도움을 얻는 삶
베푼 만큼 도움을 얻는 삶
  • 경남일보
  • 승인 201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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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 하동 악양초등학교 교사)

도둑고양이 울음소리에 깨어난 새벽이 스산하기만 하다. 해갈되지 않는 삶의 목마름이 무더위 속에서 파김치마냥 처져 무력하게 보내버린 여름이었다. 오늘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가을예감으로 미간에 스쳐온다. 문득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내는 소리가 화안하게 들려온다. 소리에도 그림자가 있다더니 그 짙은 메아리가 가슴에 남는다.

‘실낱같은 소리라도 밖으로 표출하려면 실낱같은 바람 한 가닥이라도 만나야 한다’던 이외수 님의 잠언이 떠오른다. 번데기 둥지를 틀었던 나태의 껍질을 벗고 다시 웅비하여야겠다. 때때로 침잠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좋은 인생으로 갈무리를 하고 싶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일과 예술의 만남, 오늘과 어제의 만남 등 모든 만남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의미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좋은 만남은 때론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윈스턴 처칠이 어렸을 때 수영을 하다가 익사 직전의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정원사의 아들이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어려운 형편이었던 정원사의 아들은 처칠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서 의과대학을 마치고 훌륭한 의사로 성장한다. 처칠이 영국의 총리가 되었을 때 급성폐렴에 걸려 의식불명의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 또다시 그 정원사의 아들인 의사가 치료를 해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 의사가 바로 처칠 아버지의 도움으로 의사가 된 뒤 백신연구에 종사하여 페니실린을 발견해서 많은 생명을 구한 알렉산더 플레밍이었다. 그렇게 주고받는 인연으로 엮인 처칠과 알렉산더 플레밍, 이 두 사람의 인연은 20세기에 가장 아름다운 인연의 하나로 꼽힌다.

이 일화는 만남의 중요함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도 ‘베푼 만큼 도움을 얻는’ 자연의 법칙 안에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삶의 멘토인 스승님이 몇 분 계신다. 삶의 지도를 잘 그릴 수 있도록 올곧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시는 스승님, 진정한 문학세계로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스승님 그리고 최근에 만난 교직 전문가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인도하시려는 멘토이시다. 모두가 은혜롭고 소중한 인연들이다.

인생행로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삶의 방향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던가, 특히나 막막한 삶의 노정에서 진정한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일 것인가.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선상이고 모두가 좋은 만남을 갖고싶어하며 좋은 만남으로 남기를 원할 것이다.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어떠한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진정한 멘토의 모습으로 소중한 만남을 선사할 수 있을까? 가을예감으로 한층 성숙해지는 늦여름 아침이다.

/최숙향·시인·하동 악양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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