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향 (시인, 하동 악양초등학교 교사)
도둑고양이 울음소리에 깨어난 새벽이 스산하기만 하다. 해갈되지 않는 삶의 목마름이 무더위 속에서 파김치마냥 처져 무력하게 보내버린 여름이었다. 오늘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가을예감으로 미간에 스쳐온다. 문득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내는 소리가 화안하게 들려온다. 소리에도 그림자가 있다더니 그 짙은 메아리가 가슴에 남는다.
좋은 만남은 때론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윈스턴 처칠이 어렸을 때 수영을 하다가 익사 직전의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정원사의 아들이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어려운 형편이었던 정원사의 아들은 처칠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서 의과대학을 마치고 훌륭한 의사로 성장한다. 처칠이 영국의 총리가 되었을 때 급성폐렴에 걸려 의식불명의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 또다시 그 정원사의 아들인 의사가 치료를 해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 의사가 바로 처칠 아버지의 도움으로 의사가 된 뒤 백신연구에 종사하여 페니실린을 발견해서 많은 생명을 구한 알렉산더 플레밍이었다. 그렇게 주고받는 인연으로 엮인 처칠과 알렉산더 플레밍, 이 두 사람의 인연은 20세기에 가장 아름다운 인연의 하나로 꼽힌다.
이 일화는 만남의 중요함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도 ‘베푼 만큼 도움을 얻는’ 자연의 법칙 안에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생행로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삶의 방향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던가, 특히나 막막한 삶의 노정에서 진정한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일 것인가.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선상이고 모두가 좋은 만남을 갖고싶어하며 좋은 만남으로 남기를 원할 것이다.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어떠한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진정한 멘토의 모습으로 소중한 만남을 선사할 수 있을까? 가을예감으로 한층 성숙해지는 늦여름 아침이다.
/최숙향·시인·하동 악양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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